소득하위 80%라도, 20억 아파트 살면 재난지원금 못받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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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 연 소득이 하위 80%에 속하더라도 보유 자산이 일정 수준이 이상인 사람은 5차 재난지원금(국민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기재부ㆍ행정안전부ㆍ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정부 태스크포스(TF)를 지난 1일 출범하고 국민지원금 지급 방안을 논의 중이다.

TF에 따르면 국민 지원금 지급 기준선인 소득 하위 80%를 가르는 정확한 ‘컷오프’ 기준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올해 기준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의 180~190%로 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월 소득 기준으로 ▶1인 가구 329만~347만원 ▶2인 가구 555만~586만원 ▶3인 가구 717만~756만원 ▶4인 가구 877만~926만원 ▶5인 가구 1036만~1093만원 ▶6인 가구 1193만~1259만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2320만 가구 중에서 대략 1850만 가구 정도가 지원금을 받을 전망이다.

5차 재난지원금 어디에 쓰이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차 재난지원금 어디에 쓰이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재부 관계자는 “6월분 건보료와 주민등록 정보로 시뮬레이션해야 정확한 수치를 알 것 같다”며 “컷오프 기준은 7월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F는 소득 하위 80% 기준선에 들더라도 보유 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들은 배제(컷오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현금 흐름이 작더라도 보유한 자산이 많다면 고소득층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들 고액 자산가에 대한 컷오프 기준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 했을 때 제시했던 ▶재산세 과세표준 합산액 9억원 초과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라는 기준선을 이번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 중이다.

재산세 과표 9억원 초과 구간은 주택으로 보면 공시가 약 15억원, 시세로는 20억∼22억원 수준을 의미한다. 금융소득 기준은 이자ㆍ배당소득에 대한 종합과세와 분리과세 기준인 2000만원을 의미한다. 연 1.5% 예금에 모두 넣어뒀다면 13억400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국민 지원금 기준선이 소득 하위 80%로 지난해의 70%보다 높고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고액자산가를 가르는 컷오프 기준을 지난해 재난지원금 논의 때보다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당분간 ‘나는 받을 수 있나’라는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쯤 기준이 정해지고,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난지원금은 이르면 다음 달 하순부터 지급된다. 만 19세 이상 성인은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가구 세대주가 아닌 본인 명의 카드로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부부와 대학생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 가구라면 가족 4명이 각자 자기 몫의 지원금을 25만원씩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전 국민 지원금 지급 당시 나타난 문제점을 반영, 개선한 것이다. 당시 세대주 1명이 가족 몫의 지원금을 전부 받으면서 충전된 세대주 명의 카드를 받아 사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가족끼리 일시적으로 떨어져 살거나, 부부가 가정폭력 등으로 별거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다만 미성년자에게는 이번에도 세대주를 통해 지원금을 준다. 예컨대 미성년 자녀가 2명 있는 4인 가족이라면 세대주인 아버지가 자녀 몫까지 지원금 75만원을 지급받고, 어머니는 본인 몫의 25만원을 따로 받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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