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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주역 키우자" 정부-연예 기획사 손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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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안에 다이아몬드 원석이 있습니다. 그 원석을 잘 다듬어 세계 어디를 가도 반짝거리는 보석이 되고 싶습니다."

4일 오전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1관. 씩씩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 국지용(19)씨가 가수 휘성의 'With me'를 열창했다. 이번이 9번째 오디션이란다. 비슷한 시간 3관에서는 연기분야에 지원한 이은아(24)씨가 무대에 올랐다. 자기 뺨을 철썩 때리더니 대사를 읊으며 눈물을 쏟아낸다. 무대 밖에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참가자들의 얼굴엔 긴장과 설렘이 교차한다. 준비해 온 춤의 동작이 잘 안 맞는지 구석에서 계속 연습을 하고, 목을 풀기 위해 발성연습을 하는가 하면, 앳돼 보이는 모델 지망생은 초조함에 눈물까지 흘린다. 자신의 끼를 선보이고 꿈을 팔려는 이들의 열기에 삼복 더위가 무색하다.

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방송영상진흥원이 주관한 '2006 방송 엔터테인먼트 채용박람회'. 한류의 주역이 될 역량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정부와 연예관련 기획사들이 함께 기획했다. 이번 무대에 오른 사람은 연기 부문 446명, 가수 부문 260명, 모델 부문 200명 등 7개 부문 1167명. 3월부터 루키 홈페이지(www.looky.co.kr)에 자신의 프로필과 사진, 동영상, MP3파일을 올린 지원자 7000여 명 중 네티즌과 전문가 투표를 1차로 통과한 재주꾼들이다.

연예 기획사 및 대학 관계자들도 '될성부른 떡잎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점찍은 참가자들의 번호와 특징을 수첩에 기재하던 팬 엔터테인먼트의 김기범 과장은 "다른 오디션과 달리 규모가 커서 실력 있는 친구들도 많이 참가했고 덕분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기획사측이 점찍은 번호를 주최측에 넘기면 해당 참가자는 심층 면접 기회를 갖게 된다. 참가자들이 들어가고 싶은 기획사를 찾아 따로 자신의 재주를 어필하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메이크업이나 의상에는 신경을 많이 썼지만 정작 본인의 연기세계를 보여주는 참가자는 드물다는 것이다. 올리브나인의 인사 담당 이재득 씨는 "유명 배우 따라하기에만 급급하면 눈에 잘 띄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도레미 미디어의 홍보 담당 윤민철 씨도 "노래는 트레이닝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끼'는 단련될 수 없다"며 "카메라 앞에서의 당당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 대해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기획사들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행사를 정부가 주도해 판을 벌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획사 채용관계자들이 말하는 오디션 제대로 보기 요령이다.

"어설프게 남을 따라하는 개인기를 준비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확실하게 자신을 알릴 것으로 준비하라. 또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도레미미디어 홍보담당 윤민철)

"가수 지망생이 노래를 선보이는 자리에서 MR(반주만 녹음된 것)을 준비하지 않은 것은 큰 잘못이다. 음악이 있어야 가수의 목소리는 더 돋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의상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무 평범한 옷차림은 스타를 발굴하는 이런 자리에서 자신을 나타내기 힘들다. 참가자들이 맘껏 자신을 뽐내는 자리인 만큼, 외형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스타성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감이 있는 사람을 주목하게 된다. 실력은 기본이고 자신이 마치 진짜 가수, 배우인 것처럼 꾸미는 게 중요하다."(루브엔터테인먼트 박건우 팀장)

"요새 젊은 연예 지망생은 얼굴 다 이쁘다. 하지만 얼굴만 이쁘다고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연기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내적인 성숙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성'이 표출되는 스타를 찾고 싶다."(스페이스엔터테인먼트 서정기 제작이사)

"지망생들의 개성이 너무 안 드러나는 것이 큰 단점이다. 참가자들은 최대한 자신만의 톡톡 튀는 개성과 색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가수 지망생들은 그저 천편일률적인 노래만 부를 것이 아니라 자기의 보이스 칼라에 맞는 곡을 잘 선별해서 불러야한다. 의상 부분에서는 너무 튀게 입거나 진하게 화장한 모습보다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예의를 갖춘 모습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이야기엔터테인먼트 황주혜 대리)

"제작 PD의 경우 우선 단편 영화 등을 촬영해 본 경험을 보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테크닉 보다는 자신의 열정과 왜 이 일이 하고 싶은지 분명한 대답을 가지고 온 사람을 선호한다. 목표와 이유가 분명한 사람에게 끌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망생들은 가장 기본적인 그런 질문들에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경우는 아무래도 능력을 중점으로 본다. 그동안 습작을 한 글들을 가져오면 읽어보고 있고 수상 경험이나 어느 쪽 분야의 글을 잘 쓰는지도 중점으로 본다. 작가 지망생들은 최대한 많은 작품을 쓰고 다듬어서 면접관에게 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자신의 작품을 포트폴리오로 모아서 간직해야 할 것이다."(초록뱀엠엔씨 사업부 정용욱)

"뮤지컬 배우라고 해서 반드시 춤, 연기, 노래 모두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어설프게 3가지를 한꺼번에 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있는 한 가지를 준비하는 게 더 어필하기 쉽다. 자신을 튀게 표현해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길거리에서 입고다니면 "왜 저렇게 입고 다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복장도 무대 위에서는 다르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는 그런 튀는 복장이 때로는 더 필요하다. 실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력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이는 것이 심사관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남뮤지컬아카데미 담당 배은경)

"기회를 놓치지 마라.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여 기회를 놓치는 지원자들이 많다. 하지만 자신의 꿈이 연기자라면 좀 더 일찍 자신의 꿈을 위해 뛰어들어라. 때를 놓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수 있다. 너무 유명한 작품의 유명한 배우를 따라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수백 명의 지원자들이 똑같이 하는 연기보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대사를 준비해 심사관들에게 어필하라. 또 본인의 연기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준비하라. 때로는 유명배우의 연기보다 중견 조연 배우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더 눈에 띌 수 있다."(멘토엔터테인먼트 황정현 실장)

최영찬.신지원.안경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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