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가교 잇자" 전례 없이 화기애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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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외신기자 백 50명 몰려>
○…고향방문단의 연내교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열린 남북적실무대표의 4차 접촉은 지난 3차 접촉에서 제2차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 상호방문 날짜와 본회담재개시기 등 2개의 큰 줄기를 합의한 탓인지 내외의 관심이 집중.
실무접촉 시작이래 최대 숫자인 1백50여명의 남북측 내외신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여 남북쌍방에 거는 기대를 반영.
특히 남북쌍방 기자들은 주로 김일성의 북경방문, 시거전미국무부 동아-태담당차관보의 북한방문, 한-폴란드수교 등 민감한 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해 우리측 기자들은 집요하게 질문을 한데 반해 북측기자들은 함구로 일관.
북측기자들은 특히 김일성의 방중에 대해『이미 알고있었다』며 시인을 했으나 『공식보도가 없어 방중 이유는 모른다』고 구체적 언급을 회피.

<"정리가 먼저 테이프 끊자">
○…양측 대표들은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날씨와 회담에 대한 내외의 관심을 주제로 덕담을 나누는 등 회의분위기는 전례 없이 화기애애.
우리측 송 대표가 『요 며칠새 서울 등 중부지역에 비가 많이 내렸다』고 말문을 열자 북측 박 단장은『11월에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린 것은 기상관측 역사이래 처음』이라며 맞장구.
송 대표가 이어 남북적십자회담을「끊어진 인도적 가교의 복원공사」라고 비유하며『3차까지의 회담에서 교각 2개를 세웠으니 오늘은 나머지 교각을 세우고 준공식까지 마치자』고 화제를 돌리자 박 단장도 즉시 이를 받아『적십자회담은 인도적 가교뿐 아니라 통일의 가교를 잇는 작업』이라며『체육회담 등 다른 회담보다 우리가 먼저 테이프를 끊자』고 화답.
송 대표가 또 『방문날짜가 보도된 뒤 이산가족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회담에 쏠린 높은 관심을 소개하자 박 단장도『중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이 남쪽에 할아버지·할머니가 있는 친구가 많으니 회담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 소개.
회담의 공개여부에 대해서도 북측 박 단장이『한번 결정했으면 그만이지 더 얘기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흔쾌히 우리측 입장에 동조, 자연스럽게 비공개로 결정.

<북한 기자도 성과에 낙관>
○…회담장에 나온 북한기자들은 『고향방문단 교환일자를 12월8일로 쌍방이 이미 합의했고 이번이 4번째 접촉인 만큼 무슨 결말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회담성과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표명.
북한 기자들은 한편 『남쪽에서는 「고향방문단 및 예술단」이라고 부르지만 북쪽에서는 「예술단 및 고향방문단」으로 부르고있다』고 말해 예술단 규모에 대한 논란이 숫자문제가 아니라 예술단에 대한 쌍방의 근본적 시각차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시사.【판문점=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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