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화란서 100주기 기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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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강렬한 색과 강한 터치로 꿈틀거리는 인간의 내적 생명을 화폭에 담은 19세기 인상파의 대표적 화가 빈센트반고흐(1853∼1890).
37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그의 1백주기를 맞아 생전에 그가 그린 주요작품을 거의 망라한 대규모 기획전이 내년 3월부터 4개월간 그가 태어난 네덜란드에서 열린다.
전세계 미술관과 개인소장가들 사이에 흩어져 있는 3백85점의 작품이 전시될 이번 전시회에는 그의 최고걸작으로 손꼽히는 『별밤』『밤의 카페』등을 비롯, 평소에 접하기 힘든 작품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될 예정이어서 고흐를 사랑하는 전세계 미술애호가들의 가슴을 벌써부터 설레게 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고흐미술관과 네덜란드중부에 있는 크롤러뮬러미술관 등 두 곳에서 동시에 개최될 이번 기획전에 선보이게 될 그의 작품 중 3분의1 정도만이 이 두 미술관의 소장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파리 런던 뉴욕 모스크바 취리히 보스턴 등 각 국 미술관 및 개인소장가들의 승낙 하에 이 곳으로 옮겨져 전시케 된다.
반고흐미술관은 유화를 중심으로 1백35점을, 크롤러뮬러미술관은 데생을 위주로 한 2백50점을 각각 전시할 예정인데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반고흐 1백주기 기념재단은 전시기간 중 영국의 세지위크보험그룹에 모두 30억달러(약2조원)짜리 보험에 들 계획이다. 이는 단일 전시회 보험금 사상 최고기록.
「화가 자신에게만 의미가 있는 예상 밖의 색을 마구 사용…」, 당대의 비평가나 화상들로부터 냉대를 면치 못했던 고흐가 죽기 전에 돈을 받고 파는데 성공한 작품은 단 한 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림 한 폭에 5천만달러(3백30억원)를 호가하는 작품이 있을 정도로 그의 그림은 부르는 게 값이다. 따라서 30억달러의 보험금은 만일의 경우 전시작품들의 구입가격을 가까스로 보상해주는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
특히 이번 전시회는 고흐가 그의 친형인 테오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를 근거로 고흐 자신이 핵심작으로 손꼽는 작품들을 골라 활동시기별로 전시할 예정으로 있어 미술애호가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해바라기, 감자 먹는 사람, 우체부, 흔들의자 등 주요이미지가 사물에 대한 그의 인상에서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묘사되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형전시회가 대개 그렇듯 이번 전시회도 사전에 관람일자와 시간별로 예약해야만 관람을 할 수 있는데 단체관람객을 위한 티킷은 이미 판매에 들어갔고, 개인예매는 내년 1월15일부터 시작될 예정.
주최측은 이번 전시회에 세계 각 국에서 1백50만명 정도의 미술애호가들이 몰려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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