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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 여덟명, 음주도 가능···도쿄올림픽 선수촌 심상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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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기간 중 선수들이 머물게 될 선수촌이 20일 공개됐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날 내외신 기자 200여명을 상대로 선수촌 안내 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의 위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선수촌 내 감염 방지에 전력을 기울였다는 설명이지만, 곳곳에서 '허점'도 나타났다.

개막 한달 앞 도쿄올림픽 선수촌 가 보니 #코로나 검사 위한 발열클리닉. 진료실 2개 #선수촌 내 음주도 가능…코로나 확산 위험 #'부흥올림픽' 내세워 후쿠시마산 식재료 사용

일본 도쿄 하루미에 있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전경.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일본 도쿄 하루미에 있는 도쿄올림픽 선수촌 전경.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우체국, 택배 업체 등이 들어와 있는 '빌리지 플라자'. [AP=연합뉴스]

우체국, 택배 업체 등이 들어와 있는 '빌리지 플라자'. [AP=연합뉴스]

이날 오전 찾아간 일본 도쿄(東京)도 주오(中央)구 하루미(晴海)의 올림픽 선수촌은 아직 곳곳에서 조경 공사 등이 진행 중이었다. 선수촌은 마무리 작업을 마친 후 7월 13일 선수들에게 문을 연다. 대회 기간 중 선수들은 이곳 선수촌과 경기장만을 전용 차량을 이용해 오갈 수 있다.

도쿄만 인근 약 44만㎡ 부지에 들어선 선수촌은 선수들이 묵을 거주동과 대형 식당, 우체국·택배 서비스·세탁소 등 서비스 시설이 있는 빌리지 플라자 등으로 구성됐다. 14~18층짜리 건물 21동(약 3800호)에는 최대 1만 8000명이 숙박할 수 있다. 올림픽 기간에는 1만명 이상, 패럴림픽 기간에는 8000여명의 선수가 이곳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대응 위해 '발열 클리닉' 설치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연상케 하는 선수촌 내 투어에서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코로나19 대책이었다. 대회 관계자도 이날 "방역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 관련 시설을 정비하느라 (완공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시설은 부지 한가운데 지어진 가건물 형태의 '발열 클리닉'이다.

도쿄올림픽 선수촌 발열클리닉 외부.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올림픽 선수촌 발열클리닉 외부.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올림픽 선수촌 발열클리닉 내부. 의사가 아크릴판을 통해 손을 내밀어 PCR 검사를 진행한다. [사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도쿄올림픽 선수촌 발열클리닉 내부. 의사가 아크릴판을 통해 손을 내밀어 PCR 검사를 진행한다. [사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선수촌 내에는 선수들이 내과·정형외과 등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설진료소가 있지만, 발열 클리닉은 이와는 별도의 '코로나19 전용시설'이다.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증세가 있는 선수들이 찾아와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두 개의 진료실, 대기 공간 등이 준비돼 있다.

최대 4300명까지 수용 가능한 메인 식당의 경우, 정원을 3000명으로 줄이고 혼잡 상황을 보여주는 전광판도 식당 입구에 설치했다. 선수들은 선수촌 전용 앱을 통해 식당과 피트니스센터 등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좌석 앞뒤, 옆으로는 비말 확산을 막기 위해 각각 아크릴판도 설치한다.

술은 방에서 혼자만 마셔라?

조직위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8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한 상태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19일 백신을 맞고 일본에 입국한 우간다 올림픽 대표선수 9명 중 한 명이 공항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등 감염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20일 선수촌을 둘러보니, 선수촌 내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제대로 대응이 가능할지 의심되는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도쿄 하루미 올림픽선수촌 식당 내부.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 하루미 올림픽선수촌 식당 내부.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올림픽 선수촌 숙소 내부. 추후 재활용을 위해 골판지로 침대 프레임을 만들었다.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올림픽 선수촌 숙소 내부. 추후 재활용을 위해 골판지로 침대 프레임을 만들었다. [사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선수들은 매일 숙소나 각국 대표단 사무실에서 코로나19 항원 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항원 검사는 PCR 검사보다 진단율이 떨어지는 데다, 의도적으로 자신의 타액을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조직위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 항원 검사 과정을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촬영하도록 고, 이를 무작위로 검사하겠다는 보완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최대 1만 8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선수촌에서 PCR 검사실이 두 곳 밖에 안되는 것도 불안 요소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외부 의료시설로 이송되지만,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검사소에 사람이 몰리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음주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직위는 이날 선수들의 주류 반입을 허가하지만 "자신의 방에서 혼자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대 8명이 한 숙소(8인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숙소 안 단체 음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 식당 등에 입장자를 체크하는 QR코드 등록기 등도 설치되지 않아, 확진자 발생 시 밀접접촉자 추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흥 올림픽' 위해 후쿠시마산 식재료 사용

한편 일본 정부는 당초 올림픽의 의의로 내걸었던 '부흥 올림픽'을 선수촌 곳곳에 구현했다. 선수들의 편의 공간인 빌리지 플라자는 일본 전국에서 제공받은 약 4만 그루의 목재로 지어졌는데 곳곳에서 '후쿠시마(福島)'라는 라벨이 찍힌 기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 빌리지 플라자의 나무 기둥에 '후쿠시마'라는 산지가 적혀 있다. 이영희 기자

도쿄올림픽 선수촌 빌리지 플라자의 나무 기둥에 '후쿠시마'라는 산지가 적혀 있다. 이영희 기자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음식도 주최도시인 도쿄도를 비롯해 후쿠시마와 미야기(宮城), 이와테(岩手) 등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만들어진다. 스시와 오코노미야키 등 일본 대표 음식을 포함해 700여개의 메뉴를 제공하며 메뉴마다 원산지를 표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교도통신이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7%가 도쿄올림픽 개최로 코로나19 감염이 재확산될까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사히 신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2%가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 30%는 '재연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20일 도쿄올림픽 선수촌 인근에서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 도쿄올림픽 선수촌 인근에서 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행사가 열린 선수촌 주변에서도 올림픽에 반대하는 시민 10여명이 모여 "올림픽을 멈춰라", "예산을 코로나 수습에 써라" 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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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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