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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전용 119車 종횡무진…‘농어촌 아기 울음소리’ 커진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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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11월 4일 오전 0시55분쯤 충남소방본부 119상황실. "임신 33주차인 A씨(32)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즉각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는 충남 청양에서 A씨를 태우고 천안의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이 과정에서 진통이 시작됐고 A씨는 출발한 지 40여 분만에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충남도, 임산부 전용 구급차 16대 배치

17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임산부 전용 119구급차 출고 행사에서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한 다문화여성 가족과 임산부 119구급 서비스를 통해 검사를 받고 있는 임산부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17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임산부 전용 119구급차 출고 행사에서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한 다문화여성 가족과 임산부 119구급 서비스를 통해 검사를 받고 있는 임산부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임산부용 구급차의 진화…산부인과 없는 곳 누빈다 

산부인과가 없거나 부족한 농·어촌지역 임산부를 돕기 위한 전용 구급차가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충남도가 2018년 12월 전국 최초로 시작한 ‘임산부 119구급 서비스’는 매년 진화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충남소방본부는 17일 임산부 전용 119구급차 16대(대형 4대·일반형 12대)를 도내 16개 소방서에 배치했다. 구급차에는 응급 분만세트와 심장충격기 등 71종의 장비를 설치하고, 임산부를 위한 충격방지 들것과 신생아 추락방지 시트도 만들었다.

충남은 천안을 제외하고 14개 시·군에서 산부인과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한 곳 뿐이어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임산부들이 다른 지역까지 가는 사례도 많다. 119구급대의 신속한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임산부 119구급 서비스는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나 병원이 없는 곳의 임산부가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임산부 또는 보호자가 119에 직접 전화를 걸거나 보건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출산 전후,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용할 수 있다. 다문화가정 임산부를 위해 중국어·베트남어 등 14개 국가 언어 통역서비스도 제공된다.

17일 오후 충남도청에서 열린 임산부 전용 119구급차 출고 행사에서 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과 임삼부 등 참가자들이 출고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17일 오후 충남도청에서 열린 임산부 전용 119구급차 출고 행사에서 김명선 충남도의회 의장과 임삼부 등 참가자들이 출고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산부인과 부족, 급할땐 타 지역까지 출동

지난달 말 기준 긴급구조시스템에 등록된 충남지역 임산부는 1만1453명(다문화가정 429명 포함)이다. 서비스를 시작한 2018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임산부 119구급 서비스 이용 건수는 9034건에 달한다. 2018년 12월~2019년 12월 687건, 2020년 6049건, 올해 1~5월 2298건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응급상담이 3148건, 영아 이송 1894건, 진료 842건, 현장 처치 504건 등이다. 구급차 안에서 분만한 임산부도 11명에 이른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충남의 119구급 서비스는 전국으로 확산해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며 “임산부 전용 구급차 배치는 임산부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 출산 친화적 환경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임산부 전담 구급대 운영에 들어갔다. 인천 미추홀소방서는 지난 7일부터 올해 말까지 ‘임산부 전담 구급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간호사·응급구조사(여성)로 전담인력을 꾸린 뒤 청소년 산모와 고위험 산모 등을 우선 지원할 예정이다.

충남소방본부 119구급대가 임산부가 있는 집으로 출동해 병원이동을 돕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충남소방본부 119구급대가 임산부가 있는 집으로 출동해 병원이동을 돕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임산부 건강·안전, "출산환경 조성에 기여" 

경북 경산소방서는 ‘새 생명 탄생 119구급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경산지역 임산부와 출산 후 6개월 미만 산모를 대상으로 위급상황 때 전문구급대원의 도움을 지원하는 제도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임산부를 위해 통역도 지원한다. 산모가 위급상황을 신고하면 보호자에게 상황을 자동 전달한다.

전북 부안소방서는 ‘임산부 안심 119콜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임산부가 자신과 관련한 정보를 119에 등록하면 위급상황 때 신속하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충남소방본부 119구급대원이 임산부를 차량에서 내리는 것을 돕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충남소방본부 119구급대원이 임산부를 차량에서 내리는 것을 돕고 있다. [사진 충남소방본부]

충북·창원·인천 등에서도 임산부 서비스 제공

충북도는 임산부 안심콜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름과 나이·주소·병력·다니는 병원·출산 예정일 등 임산부 정보를 사전에 입력해놓고 신고가 들어오면 구급대 지령서에 그 정보가 자동으로 출력되는 방식이다. 창원소방본부는 지난 3월부터 임산부 전용 안심 119 이송 예약제 사업을 시작했다. 임산부 및 산모(분만 후 1년 미만)가 119에 미리 요청하면 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전국 1300여 대의 구급차에는 기본적으로는 임산부 응급처치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지역별로 여건에 맞는 임산부 지원 서비스를 지원 중”이라고 말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장주영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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