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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대 노조 갈등에 단식하는 ‘문 케어 대부’ 건보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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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4일 강원도 원주 공단 청사 로비에서 단식을 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4일 강원도 원주 공단 청사 로비에서 단식을 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고객센터 노조 파업 문제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수장이 노조 파업에 맞서 단식에 들어간 건 사상 처음이다. 김 이사장은 14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단식에 들어가며’라는 입장문을 내고 고객센터 노조에는 파업 중단을, 건보공단 노조에는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를 요구했다. 김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그리고 복지국가를 만드는 노력에 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건보공단이 파탄으로 빠져드는 일만은 제 몸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냈고 19대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그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설계자다.

콜센터 상담사들 “직고용 해달라” #건보 직원들은 “역차별이다” 반대 #김용익 이사장 “방법 없어 단식”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는 직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과 동시에 공단 본부 로비에서 농성하고 있고 이에 대해 공단 직원들이 매우 격앙하고 있다. 또 건보공단 노조는 사무논의협의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해 주시도록 거듭 요청했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노조는 지난 10일부터 공단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상담원 1622명 중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 10개 사업장 근로자인 972명(60%)이 파업에 참여했다.

상담사 노조는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무 성격상 직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국민연금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근로복지공단 등이 콜센터 직원을 직고용한 사례가 있다.

건보공단 직원들은 상담사들에 대한 직고용은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 및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건보공단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콜센터 직원이 2년 이상 근무하면 서류전형에서 우대사항 가산점이 주어지고 있다”며 “기회의 평등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공정의 탈을 쓴 역차별이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공기관 노조와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무논의협의회를 만들어 직고용 여부를 논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 내부에서는 사무논의협의회 구성원들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협의회 참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이사장은 “공단의 최고책임자가 노조를 상대로 단식을 한다는 파격에 대해 갖은 비난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능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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