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외대 터 13만㎡ 민간 매각에 부산시 당혹…“공영개발 무산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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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동 캠퍼스 13만여㎡, 민간사업자에 낙찰 

이전하고 남은 남구 우암동 부산외대 터. [사진 부산시]

이전하고 남은 남구 우암동 부산외대 터. [사진 부산시]

부산외국어대가 금정구 남산동으로 2014년 이전한 뒤 방치돼 온 남구 우암동 옛 캠퍼스 부지를 최근 민간사업자가 낙찰받았다. 이에 따라 공영개발을 추진해온 부산시 계획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와 부산외대에 따르면 우암동 부산외대 옛 캠퍼스 부지(이전적지, 13만2118㎡)가 지난 7일 민간사업자에게 낙찰됐다. 입찰 당시 예정가는 1030억원이었으나 정확한 낙찰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식 계약은 오는 17일까지다.

 부산외대 이전적지는 대학이 이전한 5년 뒤인 2019년 12월 부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공영개발하기로 약속한 곳이다. 공영개발에는 청년주거용 행복주택과 미래산업창출센터 설치, 학교 인근 철탑마을 원주민 재정착을 지원하는 순환형 임대주택 건설 등이 포함돼 있다.

부산시, 2019년 말부터 공영개발 추진한 곳 

남구 우암동 부산외대 캠퍼스 부지의 공영개발 계획안. [자료:부산시]

남구 우암동 부산외대 캠퍼스 부지의 공영개발 계획안. [자료:부산시]

 하지만, 공기관인 LH는 규정상 입찰에 직접 참여할 수 없어 두 차례 유찰된 뒤 수의계약으로 캠퍼스 용지를 매입하려 했다. 그러나 LH와 부산외대 학교법인인 성지학원이 서로 원하는 가격에는 큰 차이가 났다. 이에 부산외대가 지난 7일 3차 입찰을 시도했고, 결국 단독 입찰한 민간사업자가 캠퍼스 부지를 낙찰받았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학교 이전 등으로 부채가 많아 민간에 캠퍼스를 매각하게 됐다”며 매각절차에 문제없다고 했다. 열악한 학교 재정상 대금을 많이 주는 민간에 캠퍼스를 팔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학교 측은 그러나 매각금액과 낙찰받은 민간기업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LH와 양해각서 교환 이후 지난 1년 6개월간 공영개발을 추진해온 부산시는 당혹해 하고 있다. 낙찰 이후인 지난 1일에는 이례적으로 ‘공영개발 유지’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공영개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민간업자, 개발이익 위해 용도변경할 듯

부산외대 부지 개발계획. 자료:부산시

부산외대 부지 개발계획. 자료:부산시

 문제의 부산외대 이전 적지는 도시 계획상 학교시설이고, 토지 용도상 자연녹지 70%, 제2종 주거지역 30%로 돼 있다. 자연녹지에는 공동주택 건립은 불가능하지만, 단독주택(건폐율 20%, 용적률 80%) 건립은 가능하다. 제2종 주거지역에는 15층 이하 용적률 200%로 공동주택 건립이 가능하다.

 이 같은 도시계획 규정과 주택법의 건폐율·용적률 등을 적용하면 민간사업자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학교시설 폐지와 자연녹지 등의 용도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CY, 5만4480㎡)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개발이 이뤄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경 부산시 도시계획 실장은 “부산외대 부지는 한진 CY 부지처럼 2030년 도시 기본계획상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사업자가 학교시설 용도폐지 등 용도 변경하려면 부산시와 협상해야 하고,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협상 없이 민간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시, “개발하려면 협의하고 공공기여 해야”

부산외대 부지개발 개념도. 자료:부산시

부산외대 부지개발 개념도. 자료:부산시

 2018년 ‘사전협상형’ 개발사업으로 지정된 재송동 한진 CY 부지는 주변의 개발여건과 땅값 상승을 고려해 토지 용도를 준공업지역에서 일반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주되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문제를 놓고 부산시와 민간사업자가 마찰을 빚으면서 2년 넘게 개발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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