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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윤미향…투기 의혹 12명 탈당 권유에 민주당 술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8일 국민권익위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서 투기 의혹을 받은 소속 국회의원 1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또 이들에게 전원 탈당을 권유키로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긴급 최고위를 열어 1시간 30분 이상 비공개 토론을 거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무소속으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를 받고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 복당을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무소속 의원으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무혐의가 되면 당으로 돌아올 자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12명의 의원이 받는 의혹은 3가지다. ①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4명(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의원) ②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3명(김한정·서영석·임종성 의원) ③농지법 위반 의혹 5명(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 의원) 등이다. 비례대표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 등은 본인 의사에 따른 '탈당'의 경우 의원직을 자동으로 상실하기 때문에 출당 조치를 하기로 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탈당 권유'의 배경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조사를 받고 의혹을 풀자는 것”이라며 “국민적 불신이 너무나 크고 (국민들이) 내로남불, 부동산 문제에 대해 예민하다”고 말했다.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른 강력한 조치를 당 차원에서 누차 공언해온 상황에서 솜 방망이 처분으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가는 국민적인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걸 고려했다는 뜻이다.

고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상에선 과도한 선제조치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서 만큼은 선제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이 탈당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고 대변인은 “송 대표가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이미 언급했다. 거기에 맞게 엄중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그러면서 “의혹을 해소하고 민주당으로 돌아오기를 문 열어놓고 기다리겠다”며 "이미 12명의 의원에 대해 사건이 특수본에 이첩된 만큼, 무소속 의원으로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태년이 던진 공, 송영길이 받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소속 국회의원 12명 전원에 대한 탈당 권유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소속 국회의원 12명 전원에 대한 탈당 권유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조사는 3월30일 민주당 지도부가 권익위에 ‘전수조사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이뤄졌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민심이 급격히 이반되자 나온 일종의 극약 처방이었다. 민주당은 당초 국회의원 300명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국민의힘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김태년 당시 당 대표 직무대행(원내대표)이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선제적으로 실시한다”며 단독 조사를 결정했다.

그러나 '12명 집단 탈당권유'라는 초유의 결론을 받아든 민주당은 이날 종일 술렁였다. 송영길 대표가 “본인 및 직계가족의 부동산 투기가 발견되면 즉각 출당 조치하고, 무혐의 확정 전까지 복당을 불허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결단’ 자체는 긍정적 평가 받았다. 문제는 대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의원 12명에게 집단 탈당을 권유한 데 따른 파장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86그룹’의 대표주자로 차기 대선기획단장 물망에 올랐던 우상호 의원을 향한 탈당 권유는, 송 대표 입장에서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의 수도권 재선의원은 “두 사람의 개인적 친분도 두텁지만, 대규모 탈당 권유가 향후 대선을 치러야할 당 입장에서는 너무 타격이 크고 아픈 일임에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들은 “해명도 안 듣고 탈당을 권유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당사자의 소명조차 듣지 않고 결론을 내리는 게 온당한 접근법이냐. 억울한 의원이 만들어지는 걸 당 쇄신에 활용하는 건 제 정치철학과 맞지 않다”(우상호), “위법 소명 절차가 생략돼있고, 판정도 내리기 전에 당을 나가라는 결정은 지극히 부당하다. 결정을 철회하라”(김한정)는 주장들이었다. 고 대변인은 “소명을 듣지 못한 건 제식구 감싸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민심에 민감한 청와대에선 "국민 눈높이에 맞춘 잘된 결정"(고위관계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가 강했다. 방송에 출연한 이철희 정무수석은 "그동안 내로남불, 위선, 이런 것에 대해 많이 비판받았는데 달라지려고 무지 노력하는 구나 (싶었다).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는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與 “국민의힘도 조사하라” 더 거세진 공격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송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의 '12명 탈당 권유'결정과 관련해선 야당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조치로 여당이 먼저 부담을 벗은 뒤 야당과 야당 대선주자들을 부동산 문제로 강하게 추궁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사 결과에 직격탄을 맞은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전수조사 요구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저희는 제 살을 깎는 심정으로 결단했고 이제는 야당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 주자 5명이 소속 의원 부동산투기 전수조사 결단을 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권력에서 독립된 감사원의 조사를 받겠다”(강민국 원내대변인)는 입장이다. 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익위는 민주당 재선 의원 하는 분이 위원장(전현희)으로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강제 수사권이 없어 금융거래 내역을 소명할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의뢰는) 최대한 빨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직무감찰 범위에서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한 감사원법(24조)을 들며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삼권분립 원칙상 감찰을 할 수 없게 돼있는데,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변명 아니겠느냐”(송영길 대표)는 주장이다.

한편 민주당이 취한 '탈당 권유'란 형식에 대해 야당 일각에선 "제명의 경우 재입당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자진 탈당할 경우에는 심사를 거쳐 복당하는데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2016년 7월 가족채용 의혹으로 탈당했다 이듬해 9월 복당한 서영교 의원 사례처럼 탈당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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