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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늦추는 치료제 나왔다…美 FDA 논란 빚은 신약 승인

중앙일보

입력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 승인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 [AP=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 승인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 [AP=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7일(현지시간) 미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Aduhelm)’을 승인했다. FDA가 알츠하이머병 신약을 승인한 것은 2003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애드유헬름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병세(病勢)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에서 해로운 단백질 덩어리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환자들은 이 약을 4주에 한 번씩 주사로 맞아야 한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기존 치료제는 불안·불면증 같은 증상을 관리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승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만 애드유헬름 역시 기억력·인지능력 등을 되돌리지는 못하고 쇠퇴를 늦추는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여전히 효능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FDA도 이를 의식해 바이오젠에 시판 후 약 효능 검증을 위한 후속 연구를 하도록 했다. 후속 연구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은 철회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FDA의 외부 전문가 자문위는 이 약의 유효성을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FDA에 승인을 권고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3상 임상시험에선 두 건의 연구 결과가 서로 상충하자 시험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달 후 투약 용량을 높인 일부 참가자의 결과를 다시 분석했더니 상당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히며 신약 승인을 신청했다. FDA는 이 결과를 토대로 검토에 들어갔고, 이날 자문위원회의 권고와 달리 애드유헬름을 조건부 승인했다.

바이오젠은 애드유헬름의 가격을 연간 5만6000달러(약 6230만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연간 1만~2만5000달러(약 1115~2788만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AP는 이번 승인으로 제약업체들 사이에 유사 치료제 개발을 위한 투자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FDA의 이번 승인 과정은 난치병 치료법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오랜 논쟁을 재점화했다고 전했다.

환자나 가족들은 새로운 치료법이 작은 효능이라도 있다고 판단되면 승인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효과가 의심스러운 치료법을 승인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경계해왔다는 것이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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