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에 청탁" 돈 받고 브로커 동원 사건 따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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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 변호사 A씨는 2001년 5월 경찰관과 친분이 있는 브로커 정모씨를 통해 형사사건을 1000만원에 수임했다. 브로커에게 유치수당 30%(300만원)를 떼줬지만 남는 장사였다. A변호사가 2000년 9월부터 1년반 동안 정씨를 통해 맡은 사건은 120여 건에 달했다.

#2. 변호사 B씨는 2003년 8월 구치소에 수감된 김모씨를 찾아가 "당신 재판 재판장은 내 고등학교 후배"라며 "형량을 낮춰달라고 말해줄 테니 로비 비용으로 2000만원을 달라"고 말했다. "매주 한 번씩 특별접견을 시켜주겠다. 한 달에 200만원씩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김씨의 부인으로부터 2600만원을 받아 챙겼지만 정작 담당 재판부에는 찾아가지도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천기흥)는 2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1심에서 집행유예 이상을 선고받은 변호사 9명에 대해 업무정지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변협이 변호사법 102조에 따라 소속 변호사의 업무정지를 요청하기는 사법 사상 처음이다.

변협은 "비리를 저질러 한 번 징계를 받은 회원이 다시 비슷한 사안으로 징계 절차에 회부되자 자체 규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업무정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의 비위 여부를 심사하는 최경원 변협 회원이사는 "업무정지가 요청된 변호사들은 대부분 한 번 징계돼 명예가 떨어졌으니 돈이나 벌어보자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 변호사 비위 행각도 다양해져=변협에 따르면 지난해 비위 사실이 적발돼 징계처분 받은 변호사는 30여 명에 이른다.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거나 ▶판사에게 청탁하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거나 ▶소송에서 이겨 받은 판결금을 가로채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이번 업무정지 요청 대상자 9명은 A.B 변호사를 포함해 변호사법 위반 4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2명, 특경가법(배임) 1명, 사기 2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리 변호사' 9명에 대해 조사 중이다.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 2~3개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우 기자

◆ 변호사법 102조='법무부 장관은 공소 제기되거나 징계 절차가 개시돼 등록취소.제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크고, 그대로 두면 의뢰인 또는 공공의 이익을 해할 구체적 위험성이 있는 경우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변호사의 업무정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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