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편에는 관대한 이중성”
한 네티즌이 3일 문재인 대통령 관련 기사에 남긴 댓글이다. 문 대통령이 공군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참모진에게 지시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일부 네티즌은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을 떠올렸다. 한 네티즌은 “왜 어떨 때는 침묵하고, 어떨 때는 강력 수사 지시냐”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전직 인권변호사인 문 대통령은 왜 박·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냐”라고 썼다. 문 대통령이 이번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오 전 시장 사건 땐 침묵한 것을 이중 잣대라고 꼬집은 것이다.
긴 침묵 뒤 피해·가해자 모두에 “안타깝다”
실제 문 대통령은 박·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엄중한 수사·조치’ 등의 지시를 한 적은 없다. 성추행 의혹으로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직후 기자들은 청와대의 입장을 수차례 물었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매번 “별도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사건 2주 만에 “피해자 입장에 공감한다”는 입장이 나왔지만, 강민석 당시 청와대 대변인 명의였다.
문 대통령이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직접 언급한 건 사건 6개월이 지난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의 피해 사실에 대해서도 대단히 안타깝다”면서 동시에 “박 전 시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하는 부분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가해자인 박 전 시장과 피해자 모두를 향해 “안타깝다”는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해 4월 불거진 오 전 시장 사건에 대해서는 당시는 물론 이후에도 아예 언급한 적이 없다.
공군과 박·오 사건은 다르다?
박·오 전 시장 사건과 이번 공군 중사 사건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군인의 문제를 엄중하게 조치하라고 한 것이다. 그것을 ‘박·오 전 시장 땐 침묵하고 지금은 엄중히 지시하냐’고 한 것은 논리비약이고 무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건은 차원이 다르고, 공군 중사의 사망 사건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하지만 박·오 전 시장 사건과 이번 공군 사건은 유사점이 적지 않다. 가해자가 상급자(선임)라는 점, 2차 가해가 있었다는 점,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는 점 등 때문이다. 특히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후보자 때 인사청문회에서 박·오 전 시장 사건에 대해 “권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이라며 가벼운 사건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내 편’, ‘네 편’ 나뉘지 않는 사건에는 신속하고 강경한 입장을 내왔다. 반대로 ‘내 편’이 연루된 정치적 사건에는 저간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하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그런 맥락에서 박·오 전 시장과 이번 사건에 대응이 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