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희연 공수처 성토…"상상만으로 수사""얼굴이 화끈거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변호인인 이재화(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진성 대표변호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변호인인 이재화(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진성 대표변호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첫 번째 수사 대상으로 선정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측이 2일 “공수처가 근거 없이 직권남용권리행사 혐의가 있을 수 있다는 막연한 상상에 근거해 위법 수사를 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해직 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조 교육감의 변호인인 이재화(사법연수원 28기) 법무법인 진성 대표변호사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지목했다. 그는 “공수처는 자신들이 수사 가능한 혐의인 직권남용으로 수사에 나섰지만,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이런 수사는 권한 없이 하는 수사라 위법하므로 지금이라도 기존에 국가공무원법상 시험·임용방해 혐의로 수사하던 서울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사건, 두 개의 사건번호…“비상식적”

당초 이 사건은 감사원 감사로 불거졌다. 지난 4월 23일 감사원이 시험·임용방해 혐의로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가 감사원이 보낸 수사 참고자료(감사보고서·고발장 등)를 읽고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인지해 4월 28일 별도로 수사에 착수(사건번호 ‘2021년 공제 1호’)했다. 5월 12일엔 추가로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인지(사건번호 ‘2021년 공제 2호’)했고, 경찰이 수사 중이던 동일 혐의 사건을 가져왔다고 한다.

이처럼 공수처가 하나의 사건을 하나가 아닌 두 갈래로 나눠 수사 개시를 한 건 법조인의 상식으로 이해가 안 되는 행위라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공수처가 감사원 자료를 받자마자 섣불리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 혐의인 직권남용을 적용했다가 기소하지 못할 가능성을 뒤늦게 인식하고 예비적으로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추가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더 심각한 건 애초에 직권남용 혐의를 씌울 때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조 교육감 측은 주장한다. 감사원 고발장은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토대로만 작성됐기 때문이다. 최대한 공수처에 우호적으로 보면 고발장 말미에 ‘참고사항’으로 “직권남용 등 범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필요”라고 언급된 부분을 근거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이 부분 역시 증거에 의한 사실이 아니어서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에 착수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시차를 두고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더한 이유로 “경찰과의 중복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한 것에 대해 이 변호사는 “논리가 박약한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애초에 직권남용을 적용할 때 시험·임용방해 혐의를 함께 씌워도 중복 수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급하게 수사를 개시했다가 뒤늦게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시험·임용방해 혐의 끼워넣고선 엉뚱한 이유를 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변호인 “통보문 혐의 특정 안 돼…같은 법조인으로 얼굴 화끈”

이 변호사는 또 공수처가 조 교육감에게 보낸 수사개시통보문을 살피면 얼마나 공수처가 날림으로 수사에 나섰는지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가 공개한 직권남용 혐의 수사개시통보문에 적힌 피의사실 요지는 “2018년 공고된 중등교사 특별채용 과정에서 채용에 반대한 부교육감 등의 업무배제를 지시하는 등의 직권을 남용하여 김모씨 등 5명을 특별채용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어떤 부분이 직권을 남용하여 의무 없는 일을 시켰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 도저히 특정이 안 된다”며 “무엇이 직권남용이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공수처장을 포함해 법률가들이 많을 텐데 같은 법조인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직권남용뿐만 아니라 시험·임용방해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며 감사원 감사도 비판했다. ‘엉터리 감사’ ‘정치적 감사’ 등의 표현을 쓰면서다. 그는 또 “만일 교육감 재량이 과도해 공정성 시비가 있다면 법령을 개정해 제도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사법의 잣대로 해결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받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수사개시통보문. [사진 법무법인 진성]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받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수사개시통보문. [사진 법무법인 진성]

“소환조사, 공개적으로 임할지 적극 검토”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소환 조사할 때 공개 출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아직 소환 통보는 없지만, 공개 출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당당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2018년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채용을 요구한 해직 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부교육감과 채용 담당자(국·과장) 등이 채용에 반대했지만, 조 교육감은 부교육감 등을 배제하고 채용과 무관한 비서실 직원들을 동원해 채용을 강행했다는 의혹이다.

채용한 교사 5명은 모두 과거 선거법 위반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공무원법에 따라 당연 퇴직된 이들이다. 전교조 소속인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모금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나머지 1명은 2002년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100여 회 쓴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2018년 6월엔 조 교육감의 선거 운동을 돕기도 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