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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비읍시옷 되는 것" 과거 발언 꺼내 불지른 이준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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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급부상에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표정이 어둡다. 악연이 켜켜이 쌓여있던 차에 1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TV토론에서 이준석 후보가 과거 안철수 대표를 향해 욕설이 담긴 비난을 한 사실이 거론되면서 불난 데 기름 부은 모양새가 됐다.

2016년 4월 7일 노원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참석한 이준석 당시 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016년 4월 7일 노원구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참석한 이준석 당시 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1일 오후 생중계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 2차 TV토론에서 나경원 후보는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안철수 대표와 합당이 어려워지겠다고 이해하면 되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안 대표와 이 후보 사이에 감정의 골이 되게 깊은 것 같다. 과거 (안 대표를 향해) 적절치 않은 단어를 사용해 징계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가 거론한 것은 2019년 3월 당시 이 후보가 사석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안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던 이 후보는 당 연구원 소속 청년정치학교 관련 행사에서 당원들에게 “안 대표가 그렇게 하면 XX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같은 해 10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이 후보가 속한 바른정당계 간 내홍이 깊어진 가운데 해당 녹취록이 한 유튜버를 통해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는 최고위원이던 이 후보의 직위해제 징계를 결정했고, 바른정당계는 “손 대표의 사당화”라고 반발하며 분란이 일었다.

이 후보는 “제가 안 대표에게 했던 발언은 사석에서 한 발언이고, ‘안 대표가 그렇게 하면 비읍시옷 되는 것’이라고 한 것”이라며 “문제가 될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국민의당에선 강한 반발이 나왔다.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장애인 혐오 표현을 담은 폭언을 본인 입으로 다시 내뱉으면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 걸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와 오랜 갈등을 겪은 이 후보가 국민의힘 대표가 될 경우 합당 등 관계 설정에 난항이 불가피하다는 시선이 많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던 이 후보와 국민의당 소속이던 안 대표가 서울 노원병에서 맞붙은 게 갈등의 시작이다. 총선에서 이긴 안 대표의 대선 출마로 해당 지역구에서 보궐선거가 생겼는데, 당시 바른미래당에 함께 몸담고 있던 이 후보와 안 대표 간에 공천을 놓고 갈등도 불거졌다. 이후에도 이 후보가 지난 1월 안 대표를 향해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전부 다 (안 대표에) 부정적”이라고 비판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후보는 ‘공과 사는 구별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공사 구별이 안 된다”며 “마인드 자체가 패기 있고 담백한 젊은 청년이 아니다. ‘원칙 있는 합당’을 지킬 카운터파트인지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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