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방법론 충돌] 盧 "국정혼란은 野·언론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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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재신임'선언을 놓고 국민투표 실시 여부 등 방법과 시기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재신임의 최종 결과를 염두에 둔 각 정당과 청와대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때문이다.

盧대통령은 11일 긴급 회견을 열고 국정 혼란의 원인이 그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발목잡기에 있다고 비판하며 "재신임 과정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대통령이 심각하게 흔들렸던 지난 몇달 동안보다 더 혼란스러우리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당초 측근 비리 때문에 재신임을 받겠다는 명분을 사실상 바꾼 것이다.

이어 盧대통령은 "국민투표에 의한 재신임 방법이 가장 분명하겠다"며 "논의 여하에 따라 국민투표법을 좀 손질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2일 "측근 비리 등에 대한 진상 규명 후에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신임 제안의 명분 논란=盧대통령은 회견에서 "국정 혼란을 얘기하면서 나의 재신임 결단을 깎아내리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장관이 국회에서 쫓겨나고, 그 분야 최고 전문가를 감사원장으로 지명했는데 동의가 거부됐다"고 비판했다. 盧대통령은 "야당과 일부 신문의 마음에 안들면 코드인사냐"며 "그런 식으로 비판하면 안된다"고도 했다.

당초 "최도술 전 비서관 문제를 포함한 국민 불신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던 데 더해 야당.언론에 대한 불만이 재신임 배경에 깔려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책임을 국회와 정당에 떠넘기려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盧대통령이 전 청와대 비서관의 비리에 책임지는 방법으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국정 혼란이 국회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한 것은 사죄하겠다며 몽둥이를 흔드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재신임 수순(手順)공방 치열=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12일 "盧대통령 주변 비리 의혹에 대해 특검을 할 것이며, 그것 때문에 盧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朴대표도 "盧대통령이 검찰 수사 이전에 재신임 발언을 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며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하지 못하면 특검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당초 가능하면 빨리 재신임을 묻자던 崔.朴대표가 '선(先)대통령 주변 비리 규명, 후(後)재신임 절차'로 선회한 점이 주목된다.

◇재신임 방법=청와대의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물으려면 위헌 소지도 있어 정책을 함께 내걸어야 한다"며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중대선거구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등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를 연계시키는 것도 공론에 부칠 수 있다"고 말해 주목된다.

그러나 윤태영(尹太瀛)청와대 대변인은 "아직 청와대 내에서 결정된 바가 없고 공식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최훈.신용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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