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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실험실 코로나 기원설 새국면···"中고발자 모집" 다크넷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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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 위치한 바이러스 연구소 전경. [AFP=연합뉴스]

중국 우한에 위치한 바이러스 연구소 전경. [AFP=연합뉴스]

미국 각계각층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코로나19 발병 전 우한연구소 연구원 3명이 동시에 유사 증상으로 입원했다'는 내용의 미국 정보당국의 비밀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데 이어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우한연구소 기원설을 90일 이내 재조사하라고 자국 정보당국에 요구하면서다.

30일 워싱턴포스트(WP)는 '우한연구소 기원설'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일각에서만 주장했었는데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나오고,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서도 재조사를 요구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에서는 학계와 정계를 비롯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급 백악관 인사와 식품의약청(FDA) 청장이 동시에 우한연구소 유출설에 무게를 싣고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보다 강도 높은 수준의 주장이 다발적으로 나왔다.

"中조사 협조 안하면 경제제재 해야" 

미국 과학계 권위자 피터 호테즈 베일러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장 교수는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코로나19의 기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코로나26, 코로나32가 발생할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어떻게 출현했는지 정확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미래의 펜데믹 예방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조사관들이 방역복을 입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벌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조사관들이 방역복을 입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벌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러면서 "학자들로 구성된 독립된 팀을 꾸려 아예 중국 우한에서 성역없는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기관은 이제 할 수 있는 만큼 조사했다"면서 "이제 학계가 우한에 머물면서 강도 높은 발병 과정 조사를 해야 하는데, 만약 중국이 이를 협조하지 않으면 가능한 제재를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회에서도 심층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이클 맥컬 공화당 하원의원은 이날 CNN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검토는 이미 기한이 지난 지 오래"라며 "중국이 재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의료, 반도체 공급망 등을 중국에서 철수하는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험실 유출설을 뒷받침하는 통신 정보를 비롯해 다른 형태의 정보도 갖고 있다"며 "실험실 유출이 그렇지 않은(자연 발생) 가설보다 개연성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쉬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주 특정 바이러스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법안 통과를 앞두고 "미국인들은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소속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어야만 한다"며 동조했다.

"中 협조 안 해도 결론 가능, 폭로자 나올 것"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청(FDA) 청장이 30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우한연구소 기원설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BS]

스콧 고틀립 전 식품의약청(FDA) 청장이 30일(현지시간) CBS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우한연구소 기원설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BS]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도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방역 문제로 갈등하다 식품의약청(FDA) 청장 자리에서 해임된 스콧 고틀립 박사도 같은 날 CBS 방송에 출연해 '실험실 유출설'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중국의 비협조가 실험실 유출설의 정황 근거가 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첫 보고 전에 우한연구소 연구원들이 보였다는 유사 증상과 관련해, 해당 연구원들의 혈액 샘플을 공개하면 해명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백악관의 마지막 국가안보 부보좌관이었던 매슈 포틴저는 NBC 방송에 출연해 '중국 당국이 협조하지 않아도 우한 연구소 유출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코로나19 기원을 밝히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면 누군가에게 실험실 기원 근거를 폭로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에서 대유행 초기 단계에 실험실 유출이 의심된다고 말한 과학자들이 있었는데, 정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침묵하도록 압박당했다"고 주장했다.

英 정보기관도 조사 착수 "익명 제보받아"

실제 영국 정보기관은 폭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익명의 제보를 받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이날 영국 매체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영국 정보기관이 '다크넷(일반 인터넷 접속으로 접근할 수 없는 정보망)'을 통해 중국 정보원을 모집하고 있다"며 "정부의 압력을 받지 않는 과학자들에게서 익명의 제보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유럽 학자들도 실험실 유출설에 무게를 싣는 논문을 작성했다. 영국 세인트 조지대 앵거스 달글리시 의대 교수와 노르웨이 바이러스 학자 비르게르 쇠렌센 박사가 작성한 이 논문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우한 기원설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의 기원을 찾는 것은 과학의 문제로, 정치화돼서는 안된다"며 "중국은 개방적이고 투명한 태도를 유지하며 2차례에 걸쳐 WHO 전문가를 초청해 기원 조사에 협력했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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