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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재신임' 정국] 외국계 기업들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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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한 미국계 투자회사의 한국인 사장은 우리나라의 급박한 상황을 본사에 알리느라 주말 내내 진땀을 흘렸다. 뉴욕 타임스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발언을 보도한 기사를 접하고 미국 본사의 간부들이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온 것이다.

그는 "개발도상국도 아닌 나라에서 최고 통치권자가 갑자기 재신임을 받겠다고 나선 일에 대해 본사에서 잘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이후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내 사업에 미칠 영향을 저울질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정치와 비즈니스는 별개'라면서도 상황이 나빠지면 한국내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일부 기업에서는 투자를 연기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국의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한국법인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프랑스 할인점 체인 까르푸 측도 "재신임 파문이 한국 사회의 전반적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본사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는 "단기 변수로 투자방침을 바꾸진 않지만 현재 잡힌 막대한 투자계획은 한국의 투자여건이 좋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최근 한국내 승용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기 때문인지 겉으로는 이번 일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국정 혼란이 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향후 투자계획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정책이 표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장기 파업에 휘말린 한 외국계 제조업체의 임원은 "현 정부가 노사 평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뭔가 바꿀 조짐이 보였었는데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권혁주.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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