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작' 추가기소도 무죄…조영남 "현대미술 살아있음 증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수 조영남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그림 대작’ 추가 기소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지법은 이날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뉴스1

가수 조영남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그림 대작’ 추가 기소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지법은 이날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뉴스1

조수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확정받은 조영남(76)씨가 대작(代作) 관련 추가기소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박노수)는 2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림을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렸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림이 피고인의 친작(親作)인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했는지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과 같이 미술 작품 거래에서 친작인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된 지 여부는 작가의 인지도·창의성·희소성·가격 등 구매자가 결정하는 제반 요소의 하나일 수는 있지만 구매자마다 중요도가 다양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씨가 그림이 친작인지, 보조자를 사용해 제작된 지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으로 기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는 조씨 작품으로 인정되고 유통된 것을 구입한 것이고 조씨가 다른 사람의 작품에 자신의 성명을 표시해 위작 시비 등을 하지 않는 이상 제작 과정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조씨가 기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판결이 끝난 뒤 조씨는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인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조씨는 2011년 ‘호밀밭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화투장 소재 그림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속여 A씨에게 800만원을 받고 팔았다가 대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애초 A씨는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서울고검은 재수사를 거친 뒤 조씨에게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그림을 조씨가 아닌 성명 불상의 미술 전공 여대생이 그렸다고 공소사실에 적시했다. 1심 재판부는 “조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렸다는 범행 성립의 기본 전제조차 증명되지 않았다”며 “나머지 부분은 더 살필 필요도 없이 공소사실의 범행에 대한 증명이 없다”고 무죄 판결했다.

앞서 조씨는 지난 2016년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을 넘겨받아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처럼 피해자들에게 판매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화가 송모씨 등이 그린 그림에 가벼운 덧칠 작업만 한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5300여만원을 받은 혐의였다.

이 사건 1심은 “송씨 등은 조씨의 창작활동을 돕는 데 그치는 조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보조자를 사용한 제작 방식이 미술계에 존재하는 이상, 그 방식이 적합한지의 여부나 미술계의 관행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법률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미술 작품이 제3자의 보조를 받아 완성된 것인지 여부는 구매자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은 사기죄의 기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소제기를 했는데 미술 작품의 저작자가 누구인지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조씨는 이날 선고 후 재판부에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법정을 나섰다.

조씨는 무죄 판결이 나오자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살아있다는 것을 내가 일부분이라도 증명해 뿌듯하고, 세계 최초의 사건인데 명쾌하게 끝나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조씨는 검찰의 상고 가능성에 대해선 “미술이 살아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는 기회니, 나로선 고맙다”며 “또 한번 대결을 해봐야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대에 맞을 만큼 열심히, 멋있는 그림을 그리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