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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0만원 세금 안낸 사채업자…자기앞수표로 438억 숨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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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업자 A씨는 2002년부터 자동차세 등 41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A씨는 번 돈을 교묘히 숨기면서 세금 납부를 피해왔다. 관할인 서울시에 신고된 바로 A씨는 별다른 소득도 재산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그가 438억이나 되는 돈을 은행에서 자기앞수표로 교환해간 사실이 포착됐다. 부피가 큰 현금보다 수표 상태로 돈을 숨겨놓으려는 의도였다. 시는 A씨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그가 친구 명의로 보관해둔 수천만원 어치의 암호화폐를 찾았다. A씨는 이를 담보로 세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시는 438억 수표의 행방도 추적 중이다.

부동산 투자를 하는 B씨도 여력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2400만원의 세금 납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증권사로부터 B씨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 내역을 받아보니 92억 상당의 주식을 굴리고 있었다. 투자한 종목 개수만 56개 달했다. 시가 주식을 압류하자마자 그는 자진해서 찾아와 밀린 세금을 전액 납부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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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수입을 올리면서도 재산을 숨긴 고액체납자들에 대해 서울시가 금융자산 뒤지기에 나섰다. 시가 시중 10개 은행을 통해 최근 2년 간 고액체납자의 자기앞수표 교환내역을 입수한 결과, 623명이 받아간 자기앞수표 1714억 어치를 찾아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이 체납한 812억 원의 2배가 넘는 액수다.

국내 28개 증권사의 주식 보유 내역도 뒤져 체납자 380명이 1038억 원 상당을 보유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중 842억원은 즉시 압류조치했다. 이들은 세금 납부를 미뤄가면서 그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해 재산을 불려나갔다고 한다.

소득 파악이 어려운 사채업자와 인터넷 강사, 화장품 제조업자, 출판업자 등은 수표를 통해 거액의 재산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억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체납자는 법인 대표나 부동산 투자업자, 건축업자, 정보통신업자 등이 있었다.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서울시는 압류한 주식 등을 매각하는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예전에는 주로 부동산을 통해 재산을 숨겨왔다면, 요즘은 주식ㆍ수표ㆍ암호화폐 등 금융자산으로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에 시는 경제금융추적TF와 수표조사 추진반을 전담 운영하며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충분히 세금을 납부할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납부를 회피하는 비양심 고액체납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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