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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적자깨고 시총 97조…'타미플루' 그 회사의 성공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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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신생 바이오벤처였던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다국적 제약사가 연구개발을 꺼리는 분야에서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면서 성장했다. 사진은 길리어드사이언스 연구진. [사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신생 바이오벤처였던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다국적 제약사가 연구개발을 꺼리는 분야에서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면서 성장했다. 사진은 길리어드사이언스 연구진. [사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자금력이 취약하고 규제도 첩첩 쌓여 있는 한국 바이오헬스 업계에는 어떤 성공 모델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미국 신생 기업 ‘길리어드의 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어테크가 미래다⑤] 美 길리어드의 고슴도치 전략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미국의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 244억 달러(약 28조원)를 기록했다. 세계 10위권이다. 19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시가총액은 859억 달러(약 97조원)에 이른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를 바꾸는 50대 기업’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순위에 단골로 이름이 오른다.

1987년 창업한 길리어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생 회사’에 속한다. 길리어드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두각을 나타낸 배경엔 ‘코어테크(core tech·핵심 기술)’ 확보가 있었다. 짐 콜린스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고 장기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고슴도치의 ‘가시’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 벤처 시절 길리어드는 다국적 제약사가 꺼리던 인플루엔자 기술 연구개발(R&D)에 집중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종종 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한 비용과 비교해 치료제의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때문에 당시 다국적 제약사는 투자를 기피해왔다.

길리어드사이언스 연구진이 감염질환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길리어드사이언스 연구진이 감염질환을 연구하고 있다. [사진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길리어드는 설립 이래 15년간 적자를 기록했지만 끝까지 이 분야 R&D를 포기하지 않았다. 투자 비용이 부족해지자 기업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며 R&D에 매진했다. 장기간 R&D에 집착하던 끝에 1999년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덕분에 2009년 신종플루가 세계적으로 확산하자, 신종플루 치료제(‘타미플루’)를 내놓으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신종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때 치료제는 타미플루가 유일했다.

스위스계 로슈홀딩스에 타미플루 특허기술을 이전한 길리어드는, 여기서 발생한 기술이전료 수익을 다시 R&D에 투입했다. 이때 도전한 게 에이즈 치료제다. 역시 다국적 제약사가 투자를 꺼리는 분야였다. 약을 투여하더라도 내성 문제 때문에 완치가 어려워서다.

꾸준히 에이즈 치료제를 출시하면서 2011년 이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시장 확보로 발생한 이익은 또다시 R&D에 투입했다. 이번엔 C형 간염 치료제였다. 2014년 길리어드는 매출 249억 달러(약 28조1000억원)를 기록해 전년(112억 달러) 대비 2배로 뛰었다.

감염 질환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확보한 길리어드는 이렇게 세계적인 제약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이 회사 전체 매출 244억 달러 중 감염 질환 관련한 실적은 218억 달러(약 24조6000억원·89.6%)에 이른다. 감염 질환 분야의 기술력이 고슴도치의 ‘가시’였던 셈이다.

우정훈 BW바이오메드 대표는 “길리어드는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 벤처 시절에도 마케팅·영업 등은 외주를 주면서도 R&D 역량 강화에 집중했다”며 “이 같은 일관적이고 과감한 전략을 통해 감염 질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빅파마(대형 제약사)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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