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식중독사고 왜 반복되나

중앙일보

입력

2003년 3월 위탁급식 업체 세 곳에서 제공한 급식을 먹은 서울.경기 지역 13개교 학생 1500여 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렸다. 교육부와 보건당국은 그해 말 학교급식시설 투자를 늘리고 직영비율을 확대하는 등의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대형 식중독사고는 해마다 반복됐다. 최근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식중독사고를 계기로 대형 식중독사고의 원인을 점검해 본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의 직영 전환이 늦고 ▶식자재 관리가 허술하며 ▶체계적인 감독이 미흡한 것을 대형 식중독사고의 원인으로 꼽는다.

◆ 직영 전환 꺼려=일부 교원단체와 시민단체는 학교급식의 직영 전환이 식중독 등 위생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는 "이번 사고는 위생 관리, 감독 체계가 부실한 민간업체 위탁 운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윤을 내기 위해 싼 재료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식품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급식네트워크가 2003년 급식을 위탁업체에 맡기는 중학교의 급식비 중 음식재료비 비율을 조사한 결과 55.7%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직영하는 중학교는 71.3%에 이르렀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는 "직영급식은 급식비의 70%가량인 1700~1800원 정도가 음식재료비로 쓰이지만 위탁급식은 50%가량인 1200~1300원 정도에 그친다"고 주장했다. 직영급식의 식중독사고 비율(0.13%)이 위탁급식(0.42%)보다 낮은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직 적지 않은 학교가 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을 꺼린다. 서울은 2003년 9월 조사에서 직영을 희망하는 학교가 283곳이었으나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직영으로 전환한 곳은 21개교에 불과하다. 시설투자비가 드는 것도 원인이지만 직영으로 하면 학교가 관리.감독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위탁급식을 하는 한 학교의 교장은 "학교장이 급식사고에 대해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 허술한 식재료 관리=현재 학교급식에 쓰이는 식재료가 어떤 경로와 과정을 통해 들어오는지 추적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식중독사고가 발생해도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03년 일어난 대규모 식중독사고 역시 원인균이 노로바이러스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어느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결국 당시 사고를 일으킨 업체들 중 일부는 소송을 제기해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식의약청과 시.도는 올 3월 전국 급식 관련 업소 1357곳을 점검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CJ푸드시스템의 인천과 수원물류센터는 빠졌다. 식자재에 대한 위생 점검이 소홀하다는 얘기다. 보건당국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식자재 공급 업체에 대한 점검을 하겠다고 나섰다. 또 현재 자유업인 식자재업을 신고제로 전환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 통합 감독 어려워=급식 관련 업소 입장에서 단속을 나오는 곳은 5군데 정도 된다. 일선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식의약청 등이 수시로 단속을 하고 있다. 현재 학교급식소 중에서 직영급식소는 교육청이, 위탁급식소는 시.도가, 도시락제조업체와 기업체 급식소 등 집단급식소는 식의약청에서 관리한다. 기관마다 단속 기준이 다르고 통합적인 감독 체계가 없어 사고를 예방하거나 신속히 대응하는 게 미흡하다. 식의약청 관계자는 "학교급식은 교육청과 시.도가 관할하고 있어 그쪽에서 요청이 없으면 관여하지 않는다"며 "신속한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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