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당뇨 치료 생각을 바꿔라 먹는 약만 고집 말고 인슐

중앙일보

입력

먹는 약은 인슐린 분비 도울 뿐 … 약효 길고 간편한 주사 제품 나와

당뇨병 환자의 '적(敵)'은 고혈당이다. 당(糖)의 함유량이 높은 걸쭉한 혈액이 혈관을 막아 갖가지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물 치료를 포함한 식사.운동요법 등 모든 투병 생활이 혈당을 잡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중 혈당을 직접 끌어내리는 치료약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약물이 주역이라면 나머지는 조연인 셈. 특히 최근엔 환자들의 혈당 관리를 도와주는 '무기'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슐린 주사제다.

◆혈당 관리 왜 실패하나 =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는 우리나라 당뇨환자들의 혈당 관리 현주소를 보여준다. 당뇨병으로 인한 한국인의 사망률은 35.3명으로 OECD 국가 중 최고다. 일본 5.9명, 독일 15.6명, 영국 7.5명이며 전체 평균은 13.4명에 불과했다.

혈당 관리의 실패 원인 중 하나가 치료제에 대한 인식 부족. 특히 인슐린 주사가 필요함에도 먹는 약만 고집하다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사례가 외국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 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사람은 4.1%, 먹는 혈당강하제와 인슐린을 병용하는 환자는 10.1%에 불과했다. 반면 의료선진국은 인슐린 주사 사용 환자 비율이 우리나라의 2~3배.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우정택 교수는 "우리나라 환자는 인슐린 주사를 마치 말기 당뇨병 치료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주사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가 = 먹는 당뇨약(경구용)과 주사제는 혈당을 잡는 방법이 다르다. 경구용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인슐린 작용을 증대시켜 혈당을 낮춘다. 대표적 경구용 치료제인 설폰요소제의 경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을 자극하고, 분비된 인슐린이 세포에 잘 결합하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경구용은 성인이 돼 나타나는 당뇨환자가 대상이다. 이른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2형 당뇨병)이다.

문제는 이들 환자 중에도 인슐린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것. 오랜 기간 당뇨병을 앓아 췌장 기능이 망가진 사람들이다. 허내과 허갑범 원장은 "대부분 경구용과 음식.운동요법으로 혈당이 관리되지만 전체 환자 중 10~15%는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인슐린 요구형 환자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주사제는 인슐린 그 자체다.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들었지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호르몬의 역할을 똑같이 수행한다. 따라서 지금까진 인슐린 의존성, 즉 어릴 때부터 췌장이 망가진 소아형 당뇨환자(1형 당뇨병)에게 처방해 왔다. 또 2형 당뇨병이라도 임신.수유 중인 경우, 수술 환자, 외상 및 감염 환자도 대상이다. 이와 함께 2형 당뇨환자에게도 치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진화하는 인슐린 주사 = 종래 주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통증도 따랐지만 자신이 육안으로 눈금을 보며 용량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부작용으로 갑자기 혈당이 떨어지는 저혈당도 지적됐다. 최근에 나온 제품들은 펜처럼 생긴 주사기가 자동으로 약물을 주입해 주사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감을 많이 줄였다. 또 저혈당과 같은 약물 부작용도 많이 개선했다.

하루에 맞는 주사 횟수도 줄었다. 우 교수는 "주사제는 24시간 지속형, 식사 때 혈당을 조절하는 속효성, 두 가지를 섞어 놓은 혼합형으로 분류할 수 있어 환자에 따라 처방한다"고 말했다. 종래엔 하루 세 번 매 식사 전에 속효성 인슐린을 주사하고, 또 중간형 인슐린을 한두 차례 주사했지만 최근엔 1일 1~2회 식전 또는 식후 주입으로도 혈당관리가가능하다는 것. 제품으론 한국릴리에서 최근 출시한 '휴마로그믹스 25'와 노보 노디스크사의 '노보믹스 30 플렉스펜'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저혈당 발생 비율도 기존 제품에 비해 40% 이상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