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질병관리법, ‘셀프케어’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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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불편한 상태’가 아니라 ‘참기 힘든 상태’다. 몸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은 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것들이 자극을 주므로 우리 몸은 불편한 상태가 된다. 이 때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감지하여 해결하면 결과적으로 병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

병의 치료란 원인과 해법을 알고서 참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 실제로 통증의 60% 이상이 이에 대한 공포심에서 생긴다고 하니 냉철한 증상 관찰이 60%의 증상 감소를 가져올 수 있는 셈. 원인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하면 해법은 내 안에 있다. '셀프케어(Self care)'. 21세기형 건강인은 바로 ‘셀프케어족(族)’이다.

셀프케어의 방법론은 크게 네 단계다.

△1단계: 증상을 객관적으로 면밀히 관찰한다.
△2단계: 증상들이 주변의 어떤 요인과 관계있는지 인과관계를 정리해본다.
△3단계: 증상을 나타나게 한 원인을 없애는 방법을 찾는다. 자료를 찾아보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등 내가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4단계: 아직 불편한 증상이 남아있더라도 나의 병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편안한 마음 상태가 된다.

다음은 알레르기, 탈모, 무좀, 치질, 안구건조증 등의 셀프케어 방법들.

■ 알레르기성 질환

이 질환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인 가려움증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풀어보자.

△1단계="아침 8시에 일어나니 눈이 가려웠는데 약 1분 20초간 계속됐다. 이 증상은 다시 오후 3시20분경 50초간 있었고, 다시 밤 9시에 1분 50초간 일어났다. 세번의 증상 중 세 번째가 가장 심했으며 이때는 눈이 약간 침침해 보이는 증상도 같이 있었다."

가려움증은 자극을 하지 않으면 짧은 시간 지속되다가 없어진다. 이를 알면 가려움증이 두려울 게 없다. 긁지 않으면 심해지지 않으니 치료의 절반은 이뤄진 셈.

△2단계=가려움증이 주변의 여러 요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 처음에는 정확하게 연결 짓기 힘들므로 증상의 발생이나 악화와 근접한 시간의 일들을 모두 적어본다. 뜨거운 공기, 화난 것, 스트레스 받은 것, 비빈 것 등 원인이 정리된다.

△3단계=가려움증은 뜨겁고 건조하면 심해진다. 비닐봉지에 얼음을 넣어 가려운 부위에 얹어주어도 효과가 있다. 실내 공기가 건조하지 않게 한다. 샤워 후 몸의 물기를 닦지 말고 젖은 상태에서 크림을 바르면 보습 효과가 크다. 손으로 가려운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다. 꽉끼는 옷이나 마찰이 심한 재질의 옷은 피한다. 이렇게 하고 나서도 증상이 심하면 안약 피부연고 등을 처방받아 참지 못할 때에만 사용한다. 연고를 피부에 바를 땐 20~30회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흡수율이 두 배로 높아진다.

△4단계=증상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으므로 약간의 가려움증이 남아있더라도 참아 넘기고 대처할 수 있다.

■ 안구건조증

△1,2단계=앞의 경우와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한다.

△3단계: 안구건조증은 눈을 평소에 촉촉하게 적셔주는 역할을 하는 기본 눈물이 줄어서 생긴다. 눈물의 분비가 줄거나, 눈물 증발하는 것이 늘어도 결과적으로 눈이 건조해진다. 따라서 공기가 건조하지 않게 가습기를 사용하고, 히터나 에어컨 등의 건조한 바람을 눈으로 직접 쐬지 않도록 주의한다. 책이나 컴퓨터 등을 집중하여 들여다보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1/3 로 줄어들면서 증발이 많아지게 되며, 인체의 바이오리듬 상 잠을 자야 하는 밤 시간에는 기본 눈물의 분비가 줄어드는 시간이므로 이 시간에 눈을 쓰는 일을 줄이는 등 자신의 습관을 조절한다.

눈꺼풀 가장자리에는 마이봄선이라는 기름샘이 있으며 여기에서 나온 기름은 눈물의 가장 바깥층에 기름 막을 형성하여 증발을 막는 역할을 한다. 손으로 눈을 자꾸 만지거나 기름진 음식 등을 많이 먹어 마이봄선에 염증이 생기면 정상적인 기름이 나오지 않아 결과적으로 눈물증발이 많아져 건조해진다.

■ 비듬,탈모

평소에 스스로 관리하는 쉬운 방법으로 빗질이 최고다. 빗질은 혈액순환과 각질제거의 효과가 있다. 양치질을 잘하면 건강한 치아가 되듯, 빗질을 올바로 열심히 하면 건강한 두피 모발이 된다. 머리를 자주 감아주고 과감하게 빗질을 하여 두피를 마사지 해주면 새로 나올 모발의 영양 상태가 개선된다. 마른 모발에 자주 빗질을 해 주거나 손으로 마사지해 주면 두피에 쌓인 먼지 노폐물 비듬 같은 피지분비물이 제거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이때 플래스틱이나 금속으로 된 빗을 사용하면 정전기가 발생하여 오히려 모발에 먼지 등을 빨아들이게 되며, 두피의 손상이 올 수 있다. 나무나 무소뿔 등 천연재료이면서 빗살 끝부분이 잘 마무리된 전통빗으로 부드럽게 빗어준다.

빗질 횟수는 한번에 50~100회 정도로 시간은 5분 안팎, 하루 2,3회가 적당하다. 머리를 빗을 때는 정수리 부분이 아닌 양 귀 옆에서 시작해 정수리를 향해 위로 올려 빗는다. 즉, 양 귀 옆과 목 부분에서 각각 10번씩 머리를 올려 빗을 후 손으로 모양을 다듬는 것이 좋다. 머리 감기 직전 빗질이 가장 효과적이다.

■ 무좀

무좀을 발생 시키는 곰팡이 균은 성장 및 번식의 주기가 길어 생명력이 강하므로 이를 퇴치하려면 최소한 3,4개월 이상의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곰팡이 균은 축축하고 양분이 많으며 환기가 안 되는 환경에서 증식이 활발해지게 된다. 땀을 잘 흡수하는 면양말을 신으며 외출에서 돌아오면 바로 발을 씻는데, 손가락으로 발가락 사이사이를 잘 문질러 깨끗이 씻어 주고 건조한 상태로 유지한다. 어떤 병이든 정성이 가장 소중한 치료법이라고 했는데, 이 방법만으로도 무좀을 완치할 수 있다.

무좀용 연고는 치료기간을 단축 시켜준다. 연고를 바를 때에도 지극한 정성을 기울인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연고를 정성껏 바른다. 무좀이 심해져 상처가 생기고, 2차감염으로 염증이 생긴 부위는 상처치료용 연고와 무좀 연고를 함께 발라준다. 손가락을 발가락 사이에 넣어 20~30회 정도 찬찬히 문질러 주면 흡수율이 훨씬 높아진다. 상처가 심한 부위일수록 정성을 기울인다.

■ 치질

치질이란 일반적으로 항문 주위의 정맥이 부어오르거나 늘어나 항문 조직이 밖으로 밀려 나오는 치핵을 말한다. 서서 걸어 다니는 인간에게만 생기는 병으로 중력의 영향에 의해 정맥내의 혈액이 심장으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해 생기게 된다. 꼭 끼는 바지나 속옷을 입거나 임신 등으로 복압이 높아진 경우, 섬유질이 부족한 식사 등으로 인해 만성 변비가 있는 경우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혈액순환이 가장 중요한 원인. 앉아 있거나 서있는 시간을 줄이고 꼭 끼는 옷은 피한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배변 후 물로 씻도록 한다.

무엇보다 항문 주위의 혈액순환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좌욕이 있다.간단하게 변기에 올려놓을 수 있는 좌욕기나 세숫대야 등에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담고 한 번에 10분 이상씩 하루 1,2회 좌욕을 한다. 항문 주위의 온도가 올라가 항문정맥이 늘어나면서 여기에 정체되어 있던 혈액을 순환시켜 치핵 덩어리가 줄어든다.

◇ 도움말=이안백(평택 대성중앙병원 원장), 이지영(광주 이안과 원장), 류인(굿모닝피부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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