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흥건한 이 땀…가슴까지 젖는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남녀 공학 고등학교. 체육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온. 흠뻑 땀에 젖은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스프레이를 뿌려 준다. 땀 냄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 꺼내든 것은 일명 ‘칙칙이’. 바로 휴대용 땀 냄새 제거제이다. 교내 체육 대회 등 야외 행사가 많은 요즘 칙칙이는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었다.

땀의 계절이 돌아왔다. 땀을 많이 흘리는 이들에겐 기나긴 고행이 아닐 수 없다. 땀이 심한 경우엔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생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리면 체질로 생각하고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체온 조절·혈액 순환·피부 윤활 작용까지 돕는 우리 몸의 냉각 장치인 땀. 당신에게 땀은 고마운 존재인가. 넘치는 애물인가?

■사회 활동 장애 정도가 기준

사람 몸의 땀샘은 에크린샘과 아포크림샘 두 가지가 있다. 에크린샘은 땀을 배출해 몸의 열을 식혀 주는 체온 조절 구실을 한다. 반면 아포크린샘은 체취를 내는 기능을 한다. 분비 당시에는 냄새가 없으나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불쾌한 암내가 난다.
객관적 기준은 없으나 다한증은 5분 동안 100㎎ 이상의 땀이 배출되는 증상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활동에 어느 정도 장애를 받고 있는가를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2명 중 1명꼴 “이성 교제 때 어려움”

김원옥 신촌 세브란스병원 다한증클리닉 교수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한증 환자 중 91%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꺼리거나 대인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자의 60% 가량이 가족력이 있고. 남자보다는 여자가. 부위별로는 손·발·겨드랑이·머리 등의 순으로 땀이 많았다. 전체의 53%는 이성 교제 때 지나치게 많이 나는 땀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기존의 조사 결과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당뇨환자 과도한 땀 배출 조심

다한증은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당뇨·내분비 질환·비만·폐경·두부 손상·정신 장애 등으로 생기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수면 부족·과음·신경 과민에 의해서도 땀이 날 수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식은 땀을 흘리면 결핵을. 땀을 흘리고 난 뒤 속옷이 누렇게 변하면 간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당뇨환자는 땀을 너무 흘리게 되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 의식을 잃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심한 경우 신경절제술 해야

다한증 치료는 1차 치료제인 알루미늄 클로라이드 성분의 약을 바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을 때는 먹는 약. 보톨리눔 톡신 주사. 알코올에 의한 교감신경 절·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다한증이 심해 생업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신경 절제술 등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한다. 각 시술법의 장·단점을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표 참조).

■액취증 사춘기에 많이 발생

다한증과 함께 대표적 땀 관련 질환인 액취증은 겨드랑이·음부·항문 등에 분포되어 있는 아포크린샘서 분비된 땀이 세균에 의해 분해될 때 생긴다. 액취증 환자는 고약한 냄새로 정서적 불안. 심한 경우 사회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는다. 여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암내는 유전되고.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과 생리 전후에 많이 나고. 폐경기 이후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액취증은 아포크린샘이 활성화하기 시작하는 사춘기에 많이 발생한다. 사춘기는 대인 관계 형성에 민감한 시기이므로 서둘러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 대표적 시술법인 리포셋 흡입술은 다한증과 액취증을 동시에 없애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땀 안나는 무한증이 더 위험

다한증과 정반대로 땀이 나지 않는 무한증이 있다. 선천성 경우나 저혈압증과 신경염을 동반한 당뇨환자 등에서 나타난다. 광범위한 피부 화상이나 질환을 앓고 난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무한증은 다한증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땀구멍이 막혀 체온 조절이 불가능하고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엔 쉽게 체온이 상승해 과도하면 일사병이 생길 수 있다. 땀구멍이 막혀 피부에 염증과 물집이 생기는 땀띠도 무한증 원인 중 하나다. 땀띠가 생기면 수시로 샤워하고 운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다한증 단계별 치료법

치료 단계 1단계 2단계 3단계
구분 바르는 제제 주사요법 수술요법
적용 부위 겨드랑이·손·발 원하는 부위 겨드랑이·손·발
장단점 비용 저렴 6개월에 한 번씩 적용 반영구적
의사 처방 없음 보상성 다한증·두통 등 고가 수술비
치료법 드리클로 등 약품 보톨리눔 톡신 이온 영동요법·흉부 내시경·리포셋 제거술

■이럴 때 다한증 의심하세요

겨드랑이에서 땀냄새가 난다.
손에 땀이 많아 자판이 젖는다.
땀 때문에 남과 악수가 꺼려진다.
심한 발냄새로 주위의 눈총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땀 때문에 와이셔츠가 젖고 색깔이 변색된다.
필기를 할 때 땀으로 인해 종이가 젖는다.
조금만 걸어도 양말이 축축하게 젖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손잡이를 잡을 때 땀이 묻어난다.

■냄새가 덜 나게 하는 식사법

육류보다 해조류·녹황색 야채·김치 등 발효 식품을 섭취한다.
잠자기 두 시간 전에 먹지 않고. 편식하지 않는다.
술·담배·커피·부추·마늘 등 자극적 식품은 피한다.
천연 양조 식품이나 매실 엑기스를 상용한다.
규칙적 식사를 하고. 너무 차거나 뜨거운 음식은 피한다.

도움말=김원옥 신촌 세브란스병원 다한증클리닉 교수
강진수 강한 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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