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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여당 의원들 휘둘리는 것 바꾸겠다" 송영길 작심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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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재선의원들과의 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재선의원들과의 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에 여당 의원들이 휘둘리는 것을 바꾸고, 당 중심 대선을 만들겠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본청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여당 재선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라고 한다. 송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의 최저인금 인상 정책 등을 언급하며 “국회의원 180여 명을 놓고 청와대 정책실장이 강의하듯 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 의원들이 대통령실장을 앞에 놓고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당 의원들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1시간 30분 동안 열렸다. 송 대표는 중간에 반도체특위 회의를 이유로 먼저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재선 의원들은 당·청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등 전날 의원총회에서 자제했던 발언을 쏟아냈다.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유동수 의원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하나하나 따지지 않은 탓에 당이 청와대 정책을 수행하기 바빴다”고 말했다.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그간 ‘국민이 180석을 준 의미를 받들어 모신다’며 법안과 예산을 강행처리한 것 때문에 민주당이 오만하게 보였다”고 지적했다.

위성곤 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강성 당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받은 2030 초선 의원들을 보호하자고 주장했다. 위 의원은 “초선 5적이라고 하는데, 5적인지 당을 위해 반성한 의적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저는 그들이 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다간 대선 진다” 위기론 대두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대선 승리 방안을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한 의원은 “우리 의원들부터 지역에 내려가 지역구민들과 당원, 국민 목소리를 사실 그대로 경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로남불’에 대해 우리가 공식적으로 한번이라도 논의하고 반성한 적 있느냐”는 질문도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의원은 “조국과 박원순 문제에 대해 당에서 입장을 명확히 해야한다”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지금 사과할 수 있으면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대선 승리를 위한 구체적인 방식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문 성향 김종민 의원은 “당 지도부 중심으로 의견을 질서 있게 모아가야 한다”며 후보가 아닌 당 중심의 대선 공약 마련을 주장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대선 후보 컷오프부터 무미건조하게 하지 말고, 방송 토론도 하며 시끌시끌하게 세게 붙게 해 잔칫집 분위기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임·박·노 장관 후보자 놓고선 이견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하려는 기류에 대해선 논쟁도 벌어졌다.

김병욱 의원은 “임 후보자는 여성 후보자라는 점에서 보호받아야 할 측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결단이 필요하다”며“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어제 발언과는 별개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의원은 도자기 의혹이 제기된 박 후보자에 대해선 “분당 주민들도 그런 건 고가 물품이 아니라고 하더라.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임명 강행론도 나왔다. 한 친문 성향 의원은 “야당 협조를 구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안 되면 강행처리를 불사해야 한다. 그러라고 (지난해 총선에서) 많은 의석수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송 대표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강연하듯 가르쳤다는 걸 비판한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그는 “(송 대표가) 장하성의 소득주도성장 등 이론을 우리가 비판 없이 듣고 강연식으로 흡수해서 따라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며 “의원들이 공부해서 청와대 정책실장들에게 거꾸로 설명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김준영·남수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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