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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쇼크, 영업이익 77% 급감…불매운동 탓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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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엔씨소프트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사상 첫 연 매출 2조원 시대를 연 ‘모바일 리니지 형제’의 화력이 떨어진 데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리니지2M 실적 하향 안정화에다 #신작 게임 출시일 2분기로 연기 #게임사가 개발자 보수 올린 탓도

엔씨소프트는 지난 1분기 매출 5125억원, 영업이익 567억원을 올렸다고 10일 밝혔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77% 줄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영업이익이 각각 9%, 64% 줄었다.

실적 하락 원인 3가지 

엔씨소프트 분기별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엔씨소프트 분기별 실적.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① 힘 떨어진 기존 게임 : 게임회사 실적은 게임의 흥행 주기를 따른다. 신작이 나오고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면 좋아졌다가 차츰 ‘하향 안정화’로 불리는 침체기에 접어들고, 신작이 나오면 다시 실적이 급상승하는 식이다. 지난해 엔씨는 역대 최대 매출(2조 416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11월 출시 된 리니지 2M이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들인 덕분이다. 출시 후 지난 1분기까지 벌어들인 돈만 9935억여원. 하지만 리니지2M도 실적 하향 안정화를 피해갈 순 없었다. 한때 분기에 3414억원(2020년 1분기)을 벌었지만 최근 매출은 150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

② 지연된 신작 출시 : 주기를 타는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전작의 힘이 떨어질 때쯤 신작이 나와야 하는데 리니지2M 이후를 주도할 신작 출시가 지연됐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 앤 소울2’(블소2) 모두 올 1분기 출시해야 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가 발목을 잡았다. 두 게임 모두 출시일이 2분기로 연기된 것. 트릭스터M은 5월 20일로 확정됐고, 블소2는 상반기 중 출시한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실장(전무)은 “엔씨의 게임 출시 마지막 단계(폴리싱)는 매우 혹독한데, 반년째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속도를 내기가) 여의치 않았다”며 “불가피하게 트릭스터M과 블소2 출시 일정이 연기됐다”고 말했다.

리니지M·리니지2M 매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리니지M·리니지2M 매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③ 인건비 증가 : 1분기 인건비는 총 2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전 분기 대비 26% 늘었다. 올해 초 국내 게임사가 줄줄이 개발자 보수를 올린 영향이 일부 반영됐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3월 연봉을 1300만원 일괄 인상하고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을 지급하는 보상정책을 발표했다. 이중 특별 인센티브 800만원이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 연봉 인상분은 2분기부터다. 회사 측은 연간 기준으로 인건비가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불매운동 영향은? 

엔씨는 올해 초 리니지M 이용자의 집단적 반발을 샀다. 지난 1월 리니지M을 업데이트하면서 캐릭터 능력치를 높여주는 게임 내 시스템(문양)의 난도를 낮췄다가 나흘만에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이른바 ‘롤백’을 단행해서다. 해당 기간 문양 시스템을 사용한 이용자들에게는 게임 내 통화인 ‘다이아’를 돌려줬는데 일부 이용자들은 현금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엔씨는 다이아를 얻는 경로가 현금구매 외에 다양한 터라 이를 거부했다. 결국 일부 이용자들은 ‘불매운동’과 ‘트럭 시위’로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런 불매운동 여파가 이번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회사 측은 불매운동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게임 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매출 감소라고 주장한다. 이장욱 실장은 “해당 이슈 관련 1분기 일간 이용자 수(DAU)·최고 동접자 수(PCU) 등 모든 지표를 확인했다”며 “실질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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