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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국토부·도공 용역, 전관 영입 업체가 싹쓸이”

중앙일보

입력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열린 건설기술용역 종합심사낙찰제 문제점 및 국토교통부 전관 재취업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도공) 출신 전관을 영입한 업체들이 해당 기관이 발주한 건설기술용역 사업을 모두 수주했다는 시민단체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9∼2020년 2년간 국토부와 도공이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로 계약 체결한 건설기술용역 64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의 제보로 입수한 자료에는 국토부와 도공 등에서 근무한 전관을 영입한 40여개 업체와 퇴직 관료들의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분석 결과 전관 영입 업체가 2019~2020년 국토부가 계약한 1529억원 규모의 38개 사업, 한국도로공사가 계약한 1792억원 규모의 26개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별 입찰참여 업체 수를 보면 총 사업 64건 중 단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국토부 26건·도로공사 24건 등 모두 50건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 3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사례는 9건이었고, 4개 업체 이상이 참여한 경우는 고작 3건이었다.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 건설기술용역 종심제 입찰업체수 현황. 자료 경실련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 건설기술용역 종심제 입찰업체수 현황. 자료 경실련

상위 20개 업체의 전관 보유 인원은 184명으로 평균 10명 안팎의 전관이 있다고 경실련은 전했다. 전국 엔지니어링업체가 약 3194곳인데 이 가운데 전관을 영입한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용역의 40% 이상을 따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상위 20개 업체가 전체 건설기술용역의 40% 이상을 수주했다는 건 ‘전관영입=수주’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용역업체가 전관 영입 경쟁을 하는 배경에 종심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종심제는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한 통합 평가방식으로 강제차등점수제를 바탕으로 업체를 선정한다.

경실련은 “경쟁입찰로 발주됐음에도 전관 영입 업체의 수주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입찰평가점수를 높게 받아 수주할 가능성이 월등히 크기 때문”이라며 “종심제가 퇴직자 영입 경쟁을 부추긴 것으로 종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기술경쟁은 뒷전으로 두고 전관영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기술용역 수주관행 흐름도. 자료 경실련

건설기술용역 수주관행 흐름도. 자료 경실련

경실련은 또 담합 징후가 매우 강하게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국토부 종심제 용역 38건 사업 가운데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 차이가 1%가 안 되는 사업이 33건으로 87%를 차지했다는 것이 경실련 설명이다. 도공의 용역 사업 26건 가운데 낙찰업체와 2순위 업체 투찰금액 차이가 1% 미만인 사업은 22건(85%)에 달했다.

경실련은 “평균 투찰률과 낙찰률, 가격 등을 살펴본 결과 업체들이 특정 낙찰률에 근접하게 입찰금액을 제출했다”며 “이는 가격담합 외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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