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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나비효과…그래픽 카드 값 폭등에 ‘클라우드 게임’ 뜬다

중앙일보

입력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 등으로 그래픽카드 수요가 폭증하면서 고사양 PC가격도 급등하는 가운데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컴퓨터 부품 취급 매장에 그래픽카드 상자가 쌓여 있다 [뉴스1]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 등으로 그래픽카드 수요가 폭증하면서 고사양 PC가격도 급등하는 가운데 서울 용산전자상가의 한 컴퓨터 부품 취급 매장에 그래픽카드 상자가 쌓여 있다 [뉴스1]

암호화폐 열풍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게임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에 쓰이는 그래픽 카드 칩셋(GPU)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기기의 성능에 구애받지 않는 ‘클라우드 게임’이 뜨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그래픽 카드 가격이 매달 20~30%씩 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한 데다 PC에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장착해 암호화폐를 직접 채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다.

가격 비교 전문 플랫폼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90만원대에 출시한 그래픽 카드 ‘RTX3080’는 현재 29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160만원 수준에 팔렸지만 석 달 만에 가격이 40%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 2017년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했을 때도 그래픽 카드값이 함께 올랐다. 암호화폐 채굴기에는 대당 5~6개의 그래픽 카드가 들어간다.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3천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상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더리움은 사상 처음으로 3천달러를 넘어섰다. 오전 10시 49분 기준 3천21.27달러를 기록, 24시간 전보다 2.69% 오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3천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상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더리움은 사상 처음으로 3천달러를 넘어섰다. 오전 10시 49분 기준 3천21.27달러를 기록, 24시간 전보다 2.69% 오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그래픽 카드가 귀하신 몸이 되면서 게임 유저들은 곤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용량이 큰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안정적으로 하려면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필요한데,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구하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게임 유저 이모(29)씨는 “그래픽 카드값이 몇 배로 올랐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는 단품으로는 안 판다고 거절당한다”고 말했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20년 넘게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도 “올 초부터 아예 물량이 안 들어온다”며 “지난해와 비교해도 10%도 안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게임으로 눈길 돌리는 유저들

고사양 그래픽 카드를 구하기 힘들어진 일부 이용자들은 클라우드 게임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기존 게임이 이용자의 컴퓨터와 게임사 서버가 직접 통신을 주고받는 형태라면, 클라우드 게임은 중앙 서버로 구동한 게임을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점 때문에 클라우드 게임은 기기의 사양이나 종류에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로 영상을 보는 것처럼 통신만 원활하다면 무리 없이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5세대(5G)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시간 지연 없이 원활한 게임 구동이 가능해졌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일찌감치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엑스클라우드’ 서비스를 전 세계 22개국에 내놨다. 엑스클라우드는 MS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게임패스’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엔비디아는 500개 이상의 클라우드 게임을 지원하는 ‘지포스 나우’를 서비스 중이다. 월 4.99달러(약 5600원)를 내는 유료 이용자는 연속 6시간까지 대기 시간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 시장 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는 2019년 2억 달러(약 2200억원), 2020년 6억 달러(약 6700억원)에서 2023년 48억 달러(약 5조 38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들이 제휴를 통해 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MS와 협력해 ‘5GX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엔비디아와 협력해 PC게임들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포스 나우를 서비스하고 있다. KT는 자체 제작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게임박스’를 출시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이용자 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올해 들어 가입자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채굴 차단 조치 적용된 신제품 출시"

그래픽 카드 업체들도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이달 중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채굴 차단 조치가 적용된 신제품 ‘지포스 RTX 3080 Ti’을 출시한다. 그래픽 칩셋과 펌웨어 등을 통해 제한 조치를 적용해 이를 임의로 개조할 경우 정상 작동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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