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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택시기사 폭행 6개월, 검‧경 눈치보며 수사 뭉개나?

중앙일보

입력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무마 의혹’ 진상 조사에 착수한 경찰이 조사단을 꾸린 지 100일이 지났지만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역시 사건이 배당된 지 5개월째인 서울중앙지검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방탄 지검’ 배당 5개월째에도 진척 없다

지난해 말 중앙지검 형사5부에 배당된 이용구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은 5개월이 되도록 별다른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사건 담당경찰서였던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하고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경찰 일부를 소환 조사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 차관을 비롯한 ‘윗선’의 주요 소환자는 없었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앙지검’이 ‘방탄 지검’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높다. 사건 자체가 단순하고 블랙박스 동영상 등 증거도 명확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데 일주일도 안 걸릴 사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표 ‘친(親)정권’ 성향 검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이 차관 사건 주무부장인 이동언 중앙지검 형사5부장은 2019년 8월부터 작년 9월까지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법무실장이었던 이 차관과 함께 근무했다. 이 지검장도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검찰국장으로 법무부에서 함께 일했다.

한 검사는 “이렇게 권력 눈치 보지 말라고 검‧경 수사권조정을 했는데 거꾸로 두 수사기관이 같은 사건을 붙들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검사는 “수사팀에서 주요 소환자들을 부르자는 요구가 있어도 윗선에서 가로막힐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밖으로 나와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13명 수사관 투입에도 진척 없는 경찰

경찰의 사정도 매한가지다. 서울경찰청도 검찰이 서초서를 압수수색하던 지난 1월쯤 황급하게 수사부장(경무관)을 단장으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출범시켰다. 수사관 13명도 투입했다. 그러나 이제껏 진상조사 중간 결과조차 발표하지 않으며 꿀 먹은 벙어리 신세다.

경찰에서도 이 같은 상황을 자인하고 있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사건 발생 시점의 통화 내역 7900여건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압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푸념도 터져 나온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그런 논리라면 ‘국정농단’ 같은 대형 특수수사는 10년씩 걸린단 말이냐”는 지탄이 높다. 검‧경 수사가 결국 발생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서 A경사만 처벌하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도 파다하다.

앞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차관 택시기사 폭행 사건 발생 당시)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도 보고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방송에 보도된 영상. [사진 채널A 캡처]

방송에 보도된 영상. [사진 채널A 캡처]

‘이용구 택시 기사 폭행 의혹’ 뭐길래  

이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해 11월 6일 밤 11시 30분쯤 자택인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정차한 택시 안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당시 경찰이 특가법이 아닌 단순폭행으로 사건을 내사 종결한 것이 뒤늦게 밝혀지며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2015년 6월 개정된 특가법 5조의10은 승하차를 위해 일시정차한 상황을 포함해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를 폭행·협박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특가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에 경찰은 “아파트 단지는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라고 판단했다”며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한 것으로 봐 계속된 운행 의사가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사건 보고서엔 택시기사가 정차한 장소가 '단지 앞 입구 노상'이라고 적었으며 택시기사가 이 차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블랙박스 영상을 담당 경찰인 서초경찰서 A경사에게 보여줬지만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뭉갠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봐주기 의혹은 더욱 불붙었다.

이 차관은 현 정부에서 ‘서초동 김앤장’으로 떠오른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맡았다가 2017년 비검찰 출신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발탁돼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3명의 장관 아래서 법무·검찰 개혁에 앞장섰다.

판사 시절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핵심회원으로, 변호사 시절에도 진보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활동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통과된 후 공수처 출범 준비팀장을 맡았으며, 이후 초대 공수처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김수민‧하준호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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