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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100일…세 가지 숙제 떠안은 한국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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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 바이든 대통령이 27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마스크를 벗고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27일 백악관 잔디밭에서 마스크를 벗고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색깔을 입힌 경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28일 ‘미 신정부 출범 이후 100일 공약 이행 현황 및 주요국 동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KOTRA 보고서, 위험요소 분석 #더 센 ‘바이 아메리칸’ 돌파하고 #탄소국경세 논의에 적절히 대응 #미·중 갈등 격화 상황 대비해야 #미국 인프라 확대 구상은 기회

코트라는 한국 기업의 위험 요소로 ‘바이 아메리칸’(미국 제품 구매) 기조의 강화를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사업에 쓰는 물품을 구매할 때 미국산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구매에서 정보기술(IT) 제품은 바이 아메리칸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IT 제품에도 미국산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정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탄소국경세’ 논의도 한국 기업에 위험 요소다.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하는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를 매기는 것을 가리킨다. 코트라는 시멘트·석유화학·철강·반도체·수송장비·컴퓨터와 전기·전자장비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소모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손수득 코트라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우방국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것 등에 정부와 기업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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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견제하는 외교 행보도 한국 기업에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북서쪽 신장웨이우얼(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 등을 공개 거론하자 미·중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인도·호주 등이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인 ‘쿼드’를 통해서도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만일 미·중 갈등이 커져 첨단기술 교류를 중단하는 수준까지 이르면 한국의 수출도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지적했다. 이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 줄어들 수 있다고 IMF는 분석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미·중 양측에서 수익을 올리는 게 한국 기업들의 도전 과제”라며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 어느 한쪽 시장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별로 비상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는 경제 정책도 있다.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구축에 8년간 1조2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철강·수송기계·중장비·전선 등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코트라는 “인프라 구축 사업의 실질적인 주체는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은 지방정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 네트워크가 강한 현지 중소업체, 현지 관급 계약에서 혜택을 받는 소수 인종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방안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연구개발(R&D) 예산으로 연간 225억 달러를 더 쓰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미국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외국과 R&D 협력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코트라는 “우리 기업의 상황, 개발 기술의 특성, 가용한 정부 프로그램을 고려한 협력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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