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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전대 막판 문자폭탄 논쟁 “권장돼야” vs “재집권 멀어져”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5·2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를 하고 있다. 권리당원 투표는 전체 투표 결과에 40%가 반영된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5·2 전당대회가 나흘 앞으로 다가온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가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를 하고 있다. 권리당원 투표는 전체 투표 결과에 40%가 반영된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5·2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고위원 후보들이 잇따라 문파 권리당원들의 ‘문자 폭탄’을 감싸는 발언을 쏟아냈다. 투표 결과에 40%가 반영되는 권리당원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나, 당 일각에선 “눈앞의 표만 보고 소탐대실하는 것”(민주당 중진 의원)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회 법사위 소속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앞장서 온 김용민 최고위원 후보는 28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분들께서 문자를 보내시는 것들은 권장되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강성 지지자라고 표현될 수도 있지만, 저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지지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연히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적극적인 의사 표시는 권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원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자 폭탄에 대해 “정치인이 당원들의 쓴소리를 듣는 것은 기본이고 숙명이다. 소통하고 설득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문자 폭탄 자체가 건강성을 해친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태극기 부대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김영배 후보 역시 ‘문자 폭탄’에 대해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일부 언론사의 오보나 가짜뉴스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으면서 민주당 내 특정 현상을 그렇게 지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대강당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배, 백혜련, 서삼석, 전혜숙, 김용민, 황명선, 강병원 최고위원 후보.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수도권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대강당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배, 백혜련, 서삼석, 전혜숙, 김용민, 황명선, 강병원 최고위원 후보. 오종택 기자

최고위원 후보들이 잇따라 ‘문자 폭탄’을 옹호하자, 당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27일) 페이스북에 “(문파 당원) 여러분들이 문자 행동을 하면 할수록, 그리고 여러분들의 강력한 힘에 위축되는 의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집권의 꿈은 점점 멀어져간다”고 경고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공개 촉구하는 등 소신 발언으로 민주당 당원들의 '문자 폭탄' 공격을 받아 왔다. 연합뉴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공개 촉구하는 등 소신 발언으로 민주당 당원들의 '문자 폭탄' 공격을 받아 왔다. 연합뉴스

조 의원은 이어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께 묻고 싶다. 왜 문파들만 과도하게 신경을 쓰시나”라며 “국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언행을 다 보고 있다. 한번 내뱉은 말이 머지않은 장래에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뒷목을 향해 되돌아오는 것을 정녕 모르시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면 전당대회가 끝나고 똑같은 질문을 받을 사람들은 우리 당 대권 주자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은 비판, 이낙연은 옹호…文 대통령 “양념 같은 것”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여권의 양강 대선 후보들은 이미 문자 폭탄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0일 관련 질문을 받은 뒤 “의견 표현의 방식이 폭력적이거나 상례를 벗어나는 경우는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크게 비중 두지 않고 크게 영향받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문자 폭탄 행태에 대해 “절제의 범위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어떻든 당원들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는 옹호론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4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지지자의 문자 폭탄에 대해 “우리 경쟁을 더 이렇게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 만에 당 의원총회에서 “제 지지자 가운데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자 폭탄을 보내 의원님들이 상처를 입었다고 들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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