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논문 완성 앞둔 김선종씨 "연수 가기 위해 조작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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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19일 김선종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원이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완성되기 직전 미국의 10여 개 대학에 연수 지원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하고 그 배경을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압수한 김씨의 컴퓨터에서 2004년도 e-메일을 분석한 결과 김씨가 이름도 생소한 미국의 몇몇 대학에 연수 지원서를 제출한 내역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참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김씨가 미국에 나가려 했던 배경을 파악한다면 논문 조작에 관여했는지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황 교수 측은 "김씨가 2005년 논문 작성 과정에 공헌을 하고, 이를 통해 미국 유명대학의 연구원이나 교수 등으로 임용되기 위해 논문 조작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논문 조작에 가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또 미즈메디 병원에서 압수한 컴퓨터를 조사하면서 지난해 8월께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자료가 한꺼번에 지워진 사실을 확인하고 그 경위를 파악 중이다.

◆ 한양대-미즈메디 인맥이 열쇠=검찰은 한양대 출신의 윤현수 한양대 의대 교수, 박종혁.김선종 연구원, 이양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 분석실장 등을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보고 있다. 이들이 2004, 2005년 논문 조작의 핵심인 줄기세포 DNA 분석에 관여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DNA 분석 의뢰와 시료 전달 과정, 분석 및 결과 통보 과정 등만 잘 살피면 수사는 쉽게 끝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2004년과 2005년 자신의 대학 후배인 이 실장에게 줄기세포 DNA 분석을 의뢰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4년 논문 줄기세포 분석 시료를 김씨와 박씨가 한 차례씩 이 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사위에 따르면 이 실장은 이 시료를 갖고 2003년 5, 8, 10월 세 차례에 걸쳐 DNA 분석을 실시해 그 결과를 넘겨줬다. 또 2005년 논문의 줄기세포는 김씨가 넘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와 박씨는 윤 교수의 대학 후배이자 같은 미즈메디병원 의과학연구소에서 함께 근무했다. 윤 교수는 2004년에 박씨의 박사논문을, 지난해에는 김씨의 박사논문을 심사했다.

◆ 미즈메디 줄기세포 99개 분석=검찰은 윤 교수와 두 연구원이 관련된 미즈메디 병원의 줄기세포에 대해서도 직접 DNA 검증 작업을 시작했다. 박한철 3차장은 "서울대 조사위가 미즈메디병원이 보관하고 있는 세포주에 대한 검증을 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며 "4~5일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DNA 분석을 통해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 중에 황 교수 팀이 배양했다고 주장하는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존재하는지, 미즈메디 줄기세포가 모두 수정란 줄기세포인지 등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황 교수팀의 권대기 줄기세포팀장이 서울대 조사위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12월 18일쯤 자신의 노트북 파일 300개를 한꺼번에 삭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파일을 복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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