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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스와프' 성공해도···美, 화이자·모더나 아닌 AZ 내줄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mRNA 방식인 화이자 백신. [AFP=연합뉴스]

mRNA 방식인 화이자 백신. [AFP=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밝힌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이 지난달 이와 유사한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방출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를 700만 도스 보유하고 있다. 그중 250만 도스를 멕시코에, 150만 도스는 캐나다에 빌려주는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F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FP=연합뉴스]

백악관이 이때 고려한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가 아닌 AZ 백신이었다. 사키 대변인도 콕 찍어 AZ만 언급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사전 생산한 AZ 물량이 쌓이자 그 처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은 생산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허가를 얻기 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그런데 AZ 백신은 FDA 승인 신청이 늦어지면서 재고가 쌓였다.

이로 인해 AZ 백신을 승인한 나라도 많은데, 미국은 승인하지 않아 쓰지도 못하면서 너무 많은 양을 움켜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자 바이든 행정부가 AZ 백신을 캐나다·멕시코와 나누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알린 것이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이들 나라의 방역 문제는 미국과도 연결돼 있다. 한국은 그에 비하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이웃 방역’의 필요성은 약해진다.

게다가 한국은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계열 백신을 정부가 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더 큰 상황이어서 AZ 백신 스와프가 국내 백신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백신 스와프가 실제로 현실성 있을지는 현재로써는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미국이 당장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보건당국이 혈전으로 인한 사망 등을 이유로 얀센 백신 사용을 잠정 중단하자 "우리에겐 존슨앤드존슨(얀센)이나 AZ가 아닌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인) mRNA 6억 도스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얀센 백신 접종을 꺼리는 등의 상황에 대비해 mRNA 백신을 넉넉히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더구나 백신 3회차 접종인 부스터 샷을 얼마나 자주 접종해야 하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앞으로 백신이 얼마만큼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예비 물량이 필요하다. 미 보건 당국은 부스터 샷이 필요할지를 전 국민 접종이 완료되는 올여름께 결정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사키 대변인은 백신이 부족한 나라와 백신을 나눌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아직은 미국인을 최우선에 두고 접종에 집중해야 한다며 단호히 거절해 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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