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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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가 가장 좋아한 과일. 고대 올림픽 선수들과 로마 글래디에이터(검투사)의 스태미나 식품. 동서양의 의사에게 소중한 약재. 그리스의 호머.플라톤의 예찬 대상…. 무화과(無花果)는 꽃이 꽃받침 속에 숨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톡 쏘는 신맛일 것 같지만 오히려 맛은 달다. 주요 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지중해 연안. 국내에선 전남북과 제주에서 주로 재배된다.

무화과의 약성(藥性)은 3항(三抗).3협(三協)이다. '3항'의 으뜸은 항산화 효과. 노화.성인병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앤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자줏빛이 나는 껍질을 벗기지 말고 먹어야 한다. 껍질의 색소 성분인 폴리페놀이 효과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껍질은 얇아서 먹을 만하다. 국내 연구팀이 최근 몇몇 과일의 항산화 능력을 조사해봤다. 무화과가 가장 높고, 키위.오렌지.토마토.딸기순이었다(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

둘째, 항균 작용이다.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죽인다. "무화과는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도 키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독특한 향 때문인지 주변엔 벌레.해충도 접근을 꺼린다.

셋째, 항염증 작용이다.'무화과 가루를 종기 부위에 뿌리면 종기가 훨씬 빨리 낫는다'는 의견도 있다. 이것이 관절염.인후통(목의 통증).기침 환자에게 추천하는 이유다.

'3협'은 소화.변비 탈출.심혈관 질환의 예방을 돕는 것이다.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무화과를 먹으며 소화가 잘 된다. 피신(단백질 분해 효소) 덕분이다. 무화과가 없으면 파인애플.파파야를 주문해도 상관없다. 각기 브로멜라인.파파인이란 '육류 소화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변비는 무화과의 섬유소(100g당 말린 것은 4g)가 해결해 준다.

심혈관 건강은 무화과에 함유된 폴리페놀.섬유소.칼륨과 식물성 스테롤이 지켜준다. 섬유소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식물성 스테롤은 혈관 건강에 해로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며, 칼륨은 혈압을 조절하고, 폴리페놀은 혈관벽에 쌓인 유해산소를 제거한다.

한방에선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고 장을 편안하게 하는 과일로 친다. 그래서 소화불량.식욕부진.장염.변비 환자에겐 생과를 하루 한두 개 먹거나 약한 불로 달여(무화과 2~3개를 물 600㎖에 넣고 액이 반으로 줄 때까지 달임) 하루 세 번(한번에 100㎖가량) 복용하라고 권장한다. 관절통.근육통.치질.갑상선 질환자는 무화과 뿌리 12~20g을 물 300㎖에 넣고 반으로 졸 때까지 달여 먹는 것이 좋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순환기내과 고창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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