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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어느 한국에 충성?" 美 '전단법 청문회' 증인 서는 강경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차원에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린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 인권 관련 접근에 비판적 견해를 표한 인사들이 상당수 증인에 포함된 가운데 통일부는 “의결 권한이 없는 연구 모임에 가깝다”며 파급 효과를 차단하려 애쓰는 모양새다.

“전단법 '北인권 개선 저해' 목소리”

미국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홈페이지에 1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5일 오후 11시) 화상으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5일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 개최 사실을 공지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웹사이트 캡처

15일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 개최 사실을 공지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웹사이트 캡처

위원회는 “한국 국회가 지난해 12월 논란이 많은 전단금지법을 처리하며 국제적 관심이 집중됐고, 이 법이 북한 내 인권 개선 노력을 방해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방해가 우려되는 노력에는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외부 정보를 담은 USB를 북한에 퍼뜨리는 일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접경지대 주민의 안전과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의 정상 간 합의 사항이라는 점 등을 들어 표현의 자유도 제한할 수 있다며 전단금지법 시행을 강행했다. 미국 등에서 우려를 표하자 여권에서는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 “의결권도 없는 연구모임” 폄하

외교부 당국자는 청문회 개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 행정부, 의회, 인권단체 등을 대상으로 입법 취지와 내용 등을 상세히 설명해 미 조야의 이해를 제고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앞으로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소통을 강화해 정확한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통일부 차덕철 부대변인은 청문회에 대해 “랜토스 인권위원회 청문회는 의결 권한이 없는 등 국내 청문회와 성격이 다르고 정책연구모임 성격에 가깝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하고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 동맹인 한국 인권 문제를 주제로 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의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외교가의 해석이다. 공교롭게도 청문회가 열리는 15일은 북한에서는 태양절로 부르며 중요하게 기념하는 김일성의 생일이다. 택일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있는 셈이다.

증인 5명, 대부분 대북 강경

특히 위원회가 공개한 증인 면면을 보면 청문회가 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갖고 있는 인식이 드러난다. 북한과 중국 문제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수차례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자금줄인 개성공단을 재개하기 위해 왜 그렇게 애쓰냐고? 그는 북한을 지지하기 때문”(2018년 8월 트위터), “한국의 예비역 장성들이 김정은과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능력을 훼손하려는 시도를 경계하고 나섰다. 문(대통령)은 어느 한국에 충성하고 있는가”(2019년 2월 트위터) 등이다.

대북전단 살포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대북전단 살포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도 증언한다. HRW는 지난 2월에도 전단법에 대해 “어떤 물품이든 금지품목으로 정할 수 있을 만큼 규정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는 의견서를 통일부에 접수하는 등 수차례 우려를 공개 표명했다.
또다른 증인인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가 추진되던 지난해 7월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서한에서 “한국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전단 살포 행위 등 인권 활동을 표적으로 삼을 게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따른 행동으로 간주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한ㆍ미관계 맥락서도 논의”  

이인호 전 주러 대사도 증인에 포함됐는데, 그는 지난 2월 미국의 안보 관련 온라인 저널에 낸 기고에서 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문 정부는)북한에 정보를 담은 풍선과 다른 물건들을 보내는 것을 범죄화함으로써 미국 의회가 한국 내 인권 위배 상황을 살펴보게 됐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뿐”이라면서다.
다른 목소리를 내온 증인은 제시카 리 미 퀸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사실상 유일해 보인다. 그는 지난달 화상 세미나에서 “바이든 정부가 전임 대통령이 시작한 대북 관여 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퀸시연구소는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로 분류된다.

경찰이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경찰이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 활동을 해온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위원회는 청문회 개최를 공지하며 한ㆍ미동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문회를 통해 북한 인권 향상을 위한 전략을 포함, 남북 및 한ㆍ미 및 북ㆍ미 관계의 보다 넓은 맥락에서 표현의 자유권과 다른 권리 행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정부 北 인권 정책 전반 다룰수도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표방하는 ‘가치 외교’와 관련, 한ㆍ미 관계에서 북한 인권을 포함한 인권 문제가 지니는 의미를 짚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또 남북관계나 북ㆍ미관계 진전을 위해 북한 인권 문제는 다소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문 정부의 접근법 역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김진표 의원(왼쪽)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이 가결되자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와 김진표 의원(왼쪽)이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이 가결되자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특히 전단법이 주된 의제로 언급됐지만, 이번 청문회의 공식 명칭은 ‘한국 내 시민ㆍ정치적 권리 : 한반도 인권 상황에 주는 함의’다. 통일부의 대북 전단 살포 단체 법인 취소 및 고발이나 탈북 어부 북송 등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해온 문 정부의 북한 인권 정책이 전반적으로 다뤄질 수도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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