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이 3시,중국이 9시에서 당기면 한국은 1시 방향으로”

중앙일보

입력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연구소 월례 포럼에서 '바이든 시기 미·중 경쟁과 한국 외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연구소 월례 포럼에서 '바이든 시기 미·중 경쟁과 한국 외교'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는 8일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8일 ‘바이든 시기 미·중 경쟁과 한국 외교’라는 주제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포럼에서다.

외교통의 진단 "한국, 원칙 없이 처신"

위 전 본부장은 이날 동반성장연구소의 월례 포럼의 발표자로 나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따져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정책의 기조로 동맹 강화를 내세우면서 한국에게도 공동보조를 주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 전 본부장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모호하고 원칙 없이 처신해왔다. 상황에 따라 대처하고 민감한 사안을 회피하려다 보니 미국과 중국이 한국을 앞다퉈 견인하려고 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동맹인 한국 처신에 불만이 커지고, 중국은 한국을 지금보다 더 견인할 수 있다는 기대에 압력을 가중했다”고 말했다.

"미·중 사이서 좌표 잡고 움직여야"

그는 미·중 경쟁 상황에서 한국이 명확한 외교적인 태도를 설정해야 북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중 대결이라는 큰 구도에서 미국에 호감을 줘야 작은 구도인 남북관계에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며 “이를 회피하고 북한에 대한 유연한 대응만 요구하면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미국의 주 관심사를 외면하고 요구만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 전 본부장은 “시계로 비유했을 때 미국이 한국을 3시 방향으로, 중국이 9시 방향으로 당기려고 한다면 우리는 미국에 가까운 1시나 1시 반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미국과 중국에 계속 각인시켜 가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견인하려고 하는 이때 좌표 없이 움직이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면 대중국 입지를 강화하고, 미국의 호의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동반성장연구소의 정운찬 이사장은 “코로나19보다 엄중한 문제가 동북아 정세가 아닌가 한다”며 “한·일 관계를 비롯한 대외 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