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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선변호인도 거부한 김태현…"살아있음에 죄책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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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PC방을 나서고 있다. 독자 제공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수사를 받는 김태현은 변호인의 조력 없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국선변호인이 선임됐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를 희망하지 않아서다.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김태현의 소식을 접한 국선변호인은 그를 만나기 위해 수감된 경찰서에 먼저 찾아가기도 했다.

김태현, 변호인 입회 없이 홀로 경찰 조사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2일 오후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도봉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2일 오후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도봉경찰서 유치장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김태현은 그동안 진행된 총 4차례의 경찰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없이 혼자 조사를 받았다. 지난 4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국선변호인이 선임됐지만, 이후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모두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받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다. 범행 후 현장에서 자해를 한 김태현은 지난 2일 병원에서 퇴원 후 바로 체포영장이 집행돼 당일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첫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3일·5일·7일에 각각 경찰 조사를 받았고, 6일에는 프로파일러 면담이 이뤄졌다.

살인 혐의 인정, “변호인 조력 필요성 크게 못 느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돼 수사를 받는 김태현의 ‘나 홀로 조사’는 그가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김태현에게 살인을 포함해 절도·주거침입·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 침해 등 총 5개의 혐의를 적용했다. 변호인 측은 “가장 중요한 혐의인 살인의 경우 김태현이 다 자백하고 시인했다”며 “그렇기에 변호인 조력의 필요성을 크게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에 따르면 피의자는 수사기관에서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는 등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김태현이 변호인의 조력을 적극적으로 원하지 않으면서 한동안 변호인은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구속 수감된 김태현의 소식을 접해왔다. 변호인 측은 “영장심사 때 김씨와 처음 만난 이후에 조사가 진행되는 내내 경찰서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경찰 조사 때 입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씨를 만나고자 일방적으로 접견을 갔다”고 말했다. 김태현과 프로파일러의 면담이 진행 중이던 지난 6일 변호사가 경찰서를 찾으면서 면담은 잠시 중단되고 약 2시간 반 동안 변호인과의 구속 후 첫 접견이 이뤄졌다.

변호인에게 “살아있다는 것에 죄책감 느껴”

이날 진행된 변호인 접견에서 김태현은 별다른 질문 없이 향후 형사 절차에 대한 변호인의 설명을 들었다. 변호인 측은 “김씨가 본인의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심경을 묻는 말에 ‘3명을 죽인 살인범인데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접견 다음 날에도 경찰 조사가 진행됐지만 김태현은 국선변호인을 부르지 않고 혼자 조사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때마다 김태현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에게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고 있다”며 “본인도 변호인이 꼭 있어야 진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없어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이 경찰서를 방문했을 당시 접견이 이뤄진 것으로 보아 변호인의 조력을 완전히 거부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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