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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출금 기소한 檢, 그게 위법이라는 공수처···대법까지 가나

중앙일보

입력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공소권 갈등’이 결국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공수처의 현직 검사 사건에 대한 전속관할권 주장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불법 출국금지한 혐의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검사를 지난 1일 함께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부가 검찰과 공수처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리 본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재판 쟁점

 지난달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 모습. 연합뉴스

법원은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신속히 재판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사건을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지정했다. 통상 사회적 파장이 크고 선례를 남기기에 가치가 있다고 보거나, 처리가 지연될 경우 사회에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사건에 대해 법원은 적시처리 필요사건으로 지정한다.

단독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을 판사 3명이 심리하는 합의재판부에 넘기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에 배당된 상태다. 법원조직법 32조에 따르면 합의재판부에선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 가능한 사건을 맡게 하고 있다. 그만큼 법원이 이번 사안을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공수처의 '검사 전속관할권' 주장에 대한 법원 첫 심판

재판부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공수처에서 재판부에 “공수처법상 현직 검사의 범죄에 대해선 공수처에 전속관할권이 있으니 검찰의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부당한 만큼 공소기각(형사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어 법원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 판결을 내려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할 경우가 그렇다. 공수처의 의견서가 제출되면 법원은 본안 심리에 앞서 검찰의 기소 절차가 적정했는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뉴스1

이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출범한 이후 처음 내놓는 판단인 만큼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두 기관 사이의 권한 문제라 중요할뿐더러 선례가 없었던 만큼 대법원의 판단까지 가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며 “기준이 될만한 판단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입국 조회 직권남용 등 본안 법적 쟁점도 첩첩산중

본안 심리까지 가더라도 따져봐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김 전 차관 출입국 기록 조회가 불법행위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차 본부장은 출입국 공무원들을 동원해 불법으로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를 조회하게 해 개인정보보호법 및 출입국 공무원들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이를 두고 법무부에서 “출국금지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출입국 여부를 확인했다”고 해명해온 만큼 차 본부장이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한 행위였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논란이 된 ‘가짜 사건번호 기재'도 쟁점 중 하나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23일 0시 8분 인천공항에 ‘대검 진상조사단(서울동부지검 검사직무대리)’ 명의로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보내 김 전 차관의 태국 방콕행 비행기 탑승을 막았다. 이 검사는 이 과정에서 2013년 김 전 차관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번호를 적어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이후 서울동부지검 허위 내사번호를 기재한 승인요청서를 제출한(허위공문서 작성·공용서류 은닉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차 본부장과 이 검사 측은 재판에서 출국금지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차 본부장은 지난달 6일 “(김 전 차관이) 도망을 가버렸다면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국경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출입국본부장인 제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김 전 차관이 해외로 도망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옳았던 것인가”라고 밝힌 바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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