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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작 마십시다 입은 웃지만 간이 웁니다

중앙일보

입력

추석 명절은 행복하다. 그러나 우리 몸은 고달프다. 가을철 병원 응급실이 가장 바빠지는 시기가 바로 추석 연휴다. 더욱이 이번엔 연휴가 짧아 심신의 부담이 더 클 전망이다. 추석에 가장 혹사당하기 쉬운 곳은 위.간.피부.눈이다. 과식.과음.피로.야외활동 탓이다. 따라서 이들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이 명절 연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 과식.기름진 음식에 배탈 일쑤

위를 괴롭히는 첫 번째 요인은 과식이다. 입맛에 맞는다고 양껏 먹으면 위에 부담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과식하고 바로 눕거나 잠들기 전에 다시 음식을 먹으면 식도 역류(위산이 식도로 넘어오는 증상).소화 불량을 일으키기 쉽다. 따라서 과식한 뒤엔 가족과 놀이를 하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자.

두 번째는 기름진(지방이 많은) 음식이다. 소화 불량.식도 역류.설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튀김.부침 요리보다는 조림.찜 요리를 하는 것이 지방을 덜 섭취하는 방법"이며 "육류는 지방을 최대한 제거한 뒤 요리하고 식용유도 가능한 한 적게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소 샐러드를 만들 때도 식용유가 든 소스 대신 간장 소스.식초 소스를 뿌리는 것이 지방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다.

세 번째는 너무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다. 이런 음식은 위염 발생 위험을 높인다.

네 번째는 멀미다. 평소 멀미가 잦은 사람은 미리 멀미약을 복용하거나 귀밑에 붙인다. 멀미가 나면 옆으로 눕기보다는 앞좌석을 뒤로 젖힌 뒤 눕는 것이 바른 자세다. 멀미가 잦은 사람은 차를 타기 전에 속을 너무 비우지도, 채우지도 말아야 한다. 탄산음료 등 위에 부담을 주는 식품도 피해야 한다.

*** 모처럼 만나 폭탄주가 웬말

간에 부담을 주는 것은 술이다. 명절 내내 술과 친하게 지냈다면 연휴가 끝난 뒤 혈액검사를 해보면 간수치(GOT.GPT)가 올라가 있을 것이다.

간을 위한 최고의 배려는 절주다. 그러나 명절에 모처럼 만난 친구.가족이 권하는 술을 뿌리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 차선책은 미리 음식을 먹어 속(위)을 채워 놓는 것이다. 위에 음식이 든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공복에 마실 때보다 알코올의 흡수가 지연된다. '좋은'술 안주론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우유.두부.생선 등 단백질 식품이 꼽힌다. 반면 갈증을 유발하고 술을 더 마시게 하는 짠 음식, 달고 기름기 많은 음식은 '나쁜' 안주다.

추석 모임에서 폭탄주는 삼가야 할 술이다. 이 술의 대략적인 알코올 농도는 15~20%. 몸안에서 가장 흡수가 잘 되는 만큼 가족.친지에게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지 말되 불가피한 경우엔 약한 술에서 독한 술로 옮겨가는 것이 바른 순서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해장술을 마시는 것은 간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보리차.생수.저지방 우유.채소 주스.꿀물.키위 주스.선짓국.북엇국.콩나물국(뿌리에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아스파라긴산 풍부).우거짓국.매운탕.동치미.유자차(술독을 풀어주고 입냄새 없앰).칡차 등이 간을 보호하고 숙취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 헤어스프레이.향수가 벌 불러

성묘하러 갔다가 풀.나뭇잎에 스친 뒤 옻.풀독 등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은 피부가 가렵고 붉어지며 물집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대부분은 가볍게 지나가나 피부가 약한 어린이는 괴로워한다. 풀이 무성한 곳은 피하고, 산에선 길이 난 곳으로만 걷는 것이 예방법이다. 반바지.반소매도 곤란하다. 바지 끝 부분을 양말 속에 집어넣어 빈 틈이 없게 하는 것도 요령이다. 벌에게 쏘이는 경우도 많다. 클린업피부과 민형근 원장은 "벌독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은 벌침을 제거한 뒤 항히스타민제를 바르거나 얼음찜질을 해주면 호전된다"고 조언한다. 벌독 알레르기 환자가 벌에 물리면 쇼크에 빠지고, 생명이 위험해진다. 벌에 쏘인 뒤 심하게 붓거나 호흡 곤란이 오면 바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야 한다. 벌에 물리지 않으려면 벌을 유인하는 밝은 색의 옷을 피하고, 헤어스프레이.향수도 뿌리지 말아야 한다. 산에서 남은 음식은 꼭 싸서 두고, 소매가 긴 옷을 입는다. 벌을 보면 놀라서 도망가거나 쫓아내지 말고, 부동 자세로 몸을 낮추는 것이 좋다.

추석 음식을 준비하다 뜨거운 그릇이나 기름에 화상을 입기 쉽다. 둘 다 열전도율이 높아 화상이 깊다. 화상을 입으면 즉시 흐르는 찬물.얼음에 식혀야 한다. 소주.간장.된장을 바르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 2도 화상을 입으면 물집이 생기는데, 집에서 물집을 터뜨리지 말고 거즈로 가볍게 감싼 뒤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항생제 연고를 바르는 것은 괜찮다.

*** 예초기에 돌 튀어 눈 다치기도

성묘를 갔다가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송이 가시에 눈을 찔리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빨리 병원으로 와서 눈에 박힌 가시를 빼야 한다. 이런 사고는 대부분 각막을 다치게 한다. 가시를 뽑아내더라도 약간의 시력 장애가 올 수 있다.

벌초할 때는 예초기(풀을 깎는 기계)로 인한 사고를 주의해야 한다. 예초기가 돌.나무뿌리 등에 걸리면 예초기의 깨진 칼날이나 돌이 튀어 눈 속으로 뚫고 들어갈 수 있다. 이러면 망막까지 다쳐 실명할 위험도 있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이태곤 교수는 "밤 가시.예초기 사고는 조금만 주의하면 예방이 가능하다"며 "벌초 갈 때는 챙이 긴 모자와 보호 고글을 챙기라"고 당부한다. 고글이 없을 때는 보안경.선글라스.일반 안경을 쓰는 것도 괜찮다. 모자와 고글(또는 선글라스)을 착용하면 눈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다.

장시간의 운전은 눈을 피로하게 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50분 운전 뒤 10분가량 눈을 감고 쉬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주 창문을 열어 차 안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차 안은 환기가 잘 안 되고, 운전에 집중하다 보면 눈 깜빡임 횟수가 적어져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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