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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나무 심기엔 늦은 식목일…산림청 "3월중순 추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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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기온 상승으로 식목일 변경해야" 

식목일(4월 5일)을 3월 중순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 돈내코 계곡 중간에 있는 편백나무 숲. 중앙포토

제주도 돈내코 계곡 중간에 있는 편백나무 숲. 중앙포토

4일 산림청에 따르면 봄철 기온 상승과 나무의 생리적 변화 등에 따라 식목일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산림청 관계자는 “식목일을 바꿔야 한다는 논의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국민 여론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올해 안에는 변경 여부를 확정하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식목일은 해방 직후인 1946년 4월 5일로 지정됐다. 조선 성종이 1493년 3월 10일(양력 4월 5일) 직접 나무를 심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식목일은 2005년까지 공휴일이었다.

대구 달서구 대구유아교육진흥원에서 어린이들이 나무 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달서구 대구유아교육진흥원에서 어린이들이 나무 심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4월 5일은 나무 심는 데 너무 늦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1940년대 이후 식목일 즈음의 평균 기온은 3도 이상 올랐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울철에 얼었던 땅이 녹는 시기 등이 빨라지고 있다. 또 나무는 묘목에 잎이 나기 전에 심어야 뿌리에 영양분이 잘 공급된다. 요즘 식목일 즈음에는 이미 잎이 나 비효율적이라는 게 산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미 일부 지자체는 자체 식목 행사를 3월, 빠르면 2월로도 앞당겨 하고 있다.

"국민 56%도 변경 찬성" 

산림청이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산림청이 최근 국민 1000명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56%가 식목일 날짜를 3월로 옮겨야 한다고 응답했다. 식목일 날짜를 현재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37.2%였다.

식목일 변경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3월 기온이 충분히 상승’ ‘3월에 심는 것이 나무 성장에 더 적합’ 등이 나왔다. 반면 식목일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는 ‘현재 식목일 날짜에 대한 기존 인식’ ‘나무심기에 낮은 3월 기온’ 등이 거론됐다.

강원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 연합뉴스

강원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 연합뉴스

산림청 관계자는 “과학적으로만 보면 식목일을 3월로 옮기는 게 맞는다”고 했다. 새 식목일의 유력 후보로는 유엔(UN)이 정한 ‘세계 산림의 날’인 3월 21일이나 전날인 3월 20일 등이 거론된다.

반면 ‘식목일은 곧 4월 5일’로 알려졌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실제 2009년에도 식목일 날짜 변경이 논의돼 국무회의 안건으로까지 올라갔지만, 식목일의 역사성·상징성을 고려해 그대로 두자는 결론이 났다.

상당수 정부 기관은 4월 5일에 식수 

상당수 정부 기관과 지자체 등은 4월 5일에 식목 행사를 열고 있다. 역대 대통령도 국민에게 나무 심기를 장려하기 위해 식목일에 맞춰 기념 식수 행사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4월 5일 청와대 경내에서 소나무를 심었다. 지난해 식목일에는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에서 식목행사를 했다.

산림청 산하 국립수목원에는 대통령이 식목일에 심은 나무가 자라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은행나무, 전두환 대통령의 독일가문비나무, 노태우 대통령의 분비나무, 김영삼 대통령의 반송, 김대중 대통령의 소나무 등이다.

산림청은 “식목일을 바꾸려면 정부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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