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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빼서 코인으로” 2030 암호화폐 투자 ‘광풍’ 우려

중앙일보

입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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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2030을 중심으로 불었던 주식 열풍의 풍향이 바뀌고 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향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자칫 ‘광풍(狂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스피(KOSPI)가 3000선을 오가며 조정세를 보이자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암호화폐 투자에 몰리는 것이다.

"순식간에 2배…주식 시시해져"

지난해 초부터 주식을 했다는 직장인 최모(30)씨는 최근 주식을 모두 팔고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최씨는 “지난달 초 암호화폐에 100만원만 투자하고 대부분의 돈으로 주식을 해왔는데 암호화폐 상승률이 주식이랑은 비교가 안 된다”며 “주식은 1~2% 오르는데 암호화폐는 하루 만에 30%가 오르기도 해 주식은 당분간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암호화폐 투자를 할 걸 그랬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김모(29)씨도 지난달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김씨는 “주변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 투자를 추천해줘서 호기심에 사봤는데 순식간에 거의 2배가 됐다”며 “주식 투자를 조금씩 해왔지만, 이제는 주식 수익률은 시시해 보여서 못 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돈을 불리지 않으면 부동산은 꿈도 못 꾼다”고 덧붙였다.

6년차 변호사인 한모(38)씨도 지난달 초부터 암호화폐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한씨는 "암호화폐 관련한 상담이나 의뢰가 늘어나는 게 느껴질 정도라 주식 대신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이미 많이 오른 것 같아 유명하지 않은 '알트코인' 위주로 샀는데 수익률이 큰 만큼 변동성이 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이유로는 "이것 외에는 목돈을 만들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답했다.

코스피 거래액 뛰어넘은 암호화폐

2030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투자 러시는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2일 오후 비트코인이 개당 7405만5000원에 거래되는 등 암호화폐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자신만 뒤쳐져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는 2030의 두려움, 이른바 ‘벼락거지 증후군’이 주식 투자를 거쳐 암호화폐 투자 심리에 반영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400만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스1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400만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스1

암호화폐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24시간 거래액은 총 22조원에 달했다. 지난달 14일까지만 해도 4대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은 15조원가량이었다.

22조원에 달하는 일 거래액은 전날 코스피 거래액(14조 357억원)보다 8조원가량 많은 돈이다. 지난달 코스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1336억원이었다. 2월 코스피 평균 거래금액이 19조95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코스피 거래액은 지난달 들어 줄어드는 추세다.

2030이 59%…전문가 "투자 아닌 투기"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복 계좌를 뺀 개인 투자자는 1년 동안 20대에서 69만명이, 30대는 74만명이 늘었다. 코스피가 3200까지 치솟았다가 조정세를 보이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2030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아졌고 암호화폐 시장으로 자금이 몰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가상화폐 앱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암호화폐 앱 월간 이용자 중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9%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2030의 암호화폐 투자가 ‘광풍’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지금의 암호화폐 광풍은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투자가 아닌 투기 성격이 강하다”며 “특히 2030 젊은 세대가 ‘돈을 벌 기회가 줄고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면서 자금이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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