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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車로 이성윤 '몰래' 모신 김진욱 "보안 탓"…김종민 "사퇴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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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31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자신의 관용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31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자신의 관용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번 달 본격 가동을 앞두고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이 "수사 후 송치" 요구를 무시하고 전날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을 불구속기소 한 데다가 김진욱 공수처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면담 조사 당시 자신의 관용차까지 보내 몰래 청사로 모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2일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이른 오전 7시 30분쯤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했다. 김 처장은 출근길에 수원지검이 전날 공수처의 "수사 후 송치" 요구를 무시하고 현직 검사인 이규원 검사를 기소한 점과 이 지검장의 '황제 조사' 논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후 공수처 대변인을 통해 정리된 입장을 발표했다. 김 처장은 '황제 조사' 논란에 대해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며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해명했다.

공수처 내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이라 언론 보도 등으로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조치였다"며 "조직이 완비되지 않아 운전기사가 있는 김 처장의 관용차를 이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해당 사건을 수원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하던 중 지난달 7일 이 지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기 5일 전이었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과 만나면서 조서나 면담 세부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논란이 됐다. 여기에 이 지검장이 김 처장 본인의 제네시스 관용 차량을 타고 공수처로 출입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특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김 처장은 즉각 사퇴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법 앞의 평등, 형평성이 가장 중요한 수사 절차에서 다른 피의자들이 '나도 이성윤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면 안 들어줄 재간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김학의 전 차관 출금 의혹 수사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김학의 전 차관 출금 의혹 수사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긴급 출국금지와 수사무마 의혹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이 전날 현직 검사인 이규원 검사를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점도 공수처로선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수원지검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현직 검사에 대한) 기소 권한은 공수처에 남아 있으니 수사 종료 후 다시 송치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검찰이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향후에도 검찰과 이 문제로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공수처 측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면서도 수원지검이 기소 전 공수처와 상의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언론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공수처와 검·경 3자 협의체의 논의가 관계 냉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사건·사무규칙을 그대로 제정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의에는 "협의 중"이라고만 답했다.

공수처는 이날 3차 인사위원회를 열고 4명의 부장검사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다. 검사 선발을 끝내고 사건·사무 규칙까지 제정되면 공수처는 본격적인 수사 착수가 가능해진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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