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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2300명, 조례안 반대 의견서 낼 것"…자치경찰제, 갈등 확산

중앙일보

입력

자치경찰 조례 반발…1인 시위 이어 집회 추진

충북경찰청 13곳 경찰관서 직장협의회는 1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충북도가 입법예고한 ‘충북 자치경찰 운영 조례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권 기자

충북경찰청 13곳 경찰관서 직장협의회는 1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충북도가 입법예고한 ‘충북 자치경찰 운영 조례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권 기자

충북 경찰이 충북도가 입법 예고한자치경찰제 조례안에 반발하며 1인 시위에 이어 초유의 경찰 집회를 예고했다.

충북경찰청 직장협의회, 초유의 경찰 집회 예고

충북경찰청 13곳 경찰관서 직장협의회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가 지난달 23일 관계부서인 경찰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입법예고한 ‘충북 자치경찰 운영 조례안’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잘못된 조례”라며 “충북도 조례안대로 자치경찰을 시행할 경우 중요 범죄 신고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쳐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직장협의회 충북도 조례안에 반발해 지난달 29일부터 충북도청 정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직장협의회 회원 49명이 규탄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경찰관 복무규정 등을 살펴본 뒤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경찰관 2300명의 조례안 반대의견서를 받아 조례규칙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충북도와 경찰은 자치경찰제 조례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례안(2조 2항)에 명시된 자치경찰 사무(13개 항목, 130개 업무)를 조정할 때 국가경찰 소속인 지방경찰청장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신분은 국가경찰이면서 자치경찰 업무를 맡게될 경찰관 복지·처우 지원에 관한 조례안 16조도 논란이다.

충북도 “자치입법권 위배”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 1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국가경찰 일원화 모델인 자치경찰제를 지방분권 취지에 맞춰 이원화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권 기자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 1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국가경찰 일원화 모델인 자치경찰제를 지방분권 취지에 맞춰 이원화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권 기자

경찰은 “지난 2월 3일 경찰청이 내놓은 ‘자치경찰 표준 조례안’대로 조례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표준 조례안은 2조 2항에는 “생활안전·교통·경비 관련 자치경찰 사무의 구체적 사항과 범위를 정하거나 바꿀 때 광역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을 뒀다.

지구대·파출소 등 자치경찰 업무를 바꿀 때 지방경찰청장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충북도는 “자치입법권에 위배된다”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충북도 조례안 2조 2항은 ‘들을 수 있다’는 임의규정인 상태다. 경찰은 “치안전문가인 경찰을 배제하는 규정”이라고 반박했다.

자치경찰 복지·처우 지원에 관한 충북도 자치경찰 조례안 16조도 논란이다. 경찰청 표준 조례안(14조)은 “위원회 사무기구 소속 경찰공무원 및 자치경찰 사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 예산 범위에서 복지·처우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표준조례안을 따를 경우 충북경찰자치위원회 사무국 소속 경찰관(10여 명)과 지구대·파출소 직원 2500여 명이 자치단체 예산 지원 범위 내에서 수당 등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무늬만 자치경찰제, 상위법 바꿔야”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자치경찰 조례안'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사전 협의 없이 지자체 업무가 경찰로 전가될 우려가 있어 긴급신고 출동의 인력부족으로 치안공백이" 우려 된다며 조례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스1]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자치경찰 조례안'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사전 협의 없이 지자체 업무가 경찰로 전가될 우려가 있어 긴급신고 출동의 인력부족으로 치안공백이" 우려 된다며 조례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스1]

반면 충북도가 입법 예고한 조례안은 지원 대상을 ‘사무국 직원’으로 국한했다. 민복기(53) 경찰직장협의회 충북대표는 “지구대 경찰관의 경우 자치경찰로 바뀌는 순간 업무가 57개에서 130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며 “기존에 자치단체와 공조하던 사무를 떠 앉는 꼴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라도 지원 대책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 경찰과 지자체의 갈등에 시민사회단체는 책임의 화살을 정부로 돌렸다.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 여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이원화 방안을 논의해 오다 지난해 12월 갑자기 국가경찰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며 “충북도와 충북경찰청이 조례안을 두고 충돌하는 것처럼 앞으로 수없이 많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조속히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이원화하고, 재정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내용을 관련 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충북도가 마련한 자치경찰 조례안 입법 예고 기간은 오는 7일까지다. 입법 예고가 끝나면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도의회가 최종 의결한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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