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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봄꽃 축제를 즐기는 슬기로운 방법에 관한 제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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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봄꽃 축제 대부분이 취소됐다. 그러나 작년처럼 완전히 통제하지는 않았다.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도 취소됐으나 추첨으로 뽑힌 3500여 명은 입장할 수 있다. 뉴스1

올해도 봄꽃 축제 대부분이 취소됐다. 그러나 작년처럼 완전히 통제하지는 않았다.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도 취소됐으나 추첨으로 뽑힌 3500여 명은 입장할 수 있다. 뉴스1

꽃이 피었다. 그렇다고 봄이 온 건 아니었다. 농부가 꽃밭을 갈아엎었고, 공무원이 꽃밭에서 주민을 쫓아냈다. 꽃이 바이러스가 아닌데 사람들은 꽃에서 떨어졌다. 모두가 집에 틀어박혀 꽃이 지기만 기다렸다. 그렇게 2020년의 봄이 지나갔다. 그렇게 봄을 잃어버렸다.

해가 바뀌었고 다시 꽃이 피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서 두 번째 봄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작년에는 경황이 없었다. 다들 무서워 꽃을 꺾고 축제를 취소하고 봄꽃 군락지를 폐쇄했다. 올해는 달라졌을까. 바이러스와 꼬박 1년을 살았으니, 대책까진 아니어도 대처법 같은 건 마련되지 않았을까. 언제까지 꽃밭을 엎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3월 25일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유채꽃광장. 올해도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출입을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유채꽃을 즐길 수 있다. 뉴스1

3월 25일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유채꽃광장. 올해도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출입을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유채꽃을 즐길 수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제주도 가시리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장면. 올해는 꽃밭을 엎지 않았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제주도 가시리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장면. 올해는 꽃밭을 엎지 않았다. 연합뉴스

올해도 축제는 열리지 않는다. 열린다 해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나 온라인 중계가 대부분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작년 이맘때 축구장 열 개가 들어가도 남는다는 유채꽃밭을 엎었던 현장이다. 이 넓은 초원에 하루 최대 1만 명이 몰린다고 꽃밭을 없앴었다. 올해는 아니다.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꽃밭을 개방하고, 온라인 중계도 한다.

국내 최대 봄꽃 축제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작년에는 축제 취소로도 안심이 안 돼 시청 공무원이 조를 짜 경계 근무를 섰다. 범죄 현장처럼 노란 줄을 두른 뒤 벚꽃 군락지 입구에서 공무원이 지키고 섰다. 올해도 군항제는 열리지 않는다. 대신 작년처럼 출입을 막지는 않는다. 발열 검사와 거리두기를 강화한다.

국내 최대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취소됐다. 대신 작년과 달리 올해는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않았다. 송봉근 기자

국내 최대 봄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취소됐다. 대신 작년과 달리 올해는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않았다. 송봉근 기자

주민 우려와 반발을 전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애먼 꽃밭을 갈아엎는 것보단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꽃 피는 자연이 불안하다면, 지구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 작년 거의 모든 공공 휴양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국립공원은 개방 원칙을 고수했다. 국립공원마저 폐쇄되면 국민이 갈 곳은 없다고 국립공원공단은 판단했다. 대신 실내 시설을 폐쇄했고 대형 버스의 주차장 진입을 차단했다. 지난 1년, 국립공원에서 집단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너도나도 자연으로 달려나갔다는 보도는 많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출현한 신인류 ‘산린이’의 주 활동 무대가 서울·수도권의 국립공원이었다.

제주올레 한달 걷기 상품 안내문. 작년 23일간 걷기축제를 진행한 제주올레가 올해는 한달간 올레길을 걷는 여행상품을 기획했다. 제주올레 홈페이지 캡처

제주올레 한달 걷기 상품 안내문. 작년 23일간 걷기축제를 진행한 제주올레가 올해는 한달간 올레길을 걷는 여행상품을 기획했다. 제주올레 홈페이지 캡처

폐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건, 지난 1년의 경험이 증명한다. 방역수칙을 얼마나 엄격히 준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의미 있는 사례가 여럿 있다. 제주올레 걷기축제. 원래는 사흘간 열리던 축제를 작년에 23일간 열었다. 하루에 한 코스씩 수천 명이 함께 걷던 방식을 23개 코스에서 15명이 한 코스씩 23일간 걷는 방식으로 바꿨다. 주최 측은 죽을 맛이었겠으나, 참가자는 안전한 축제를 즐겼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힘입어 제주올레는 아예 ‘한 달 걷기’ 여행상품을 기획했다. 소규모 인원이 24일 일정으로 올레길을 걷는 패키지상품이다. 올가을 걷기축제도 작년처럼 진행할 계획이다.

특급 호텔과 고급 리조트가 때아닌 호황을 누린 비결도 눈여겨볼 만하다. 럭셔리 레저시설에 사람이 몰린 배경엔 예약제와 회원제가 있다. 제한된 소수의 인원만 이용한다는 조건은 코로나 시대 방역지침의 다른 말이었다. 민간 기업의 예약 시스템을 축제에 적용한 사례가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다. 4월 5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올해 여의도 봄꽃축제는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3500여 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하루 정원은 총 504명이다.

관광 당국에 제안한다. 생각을 달리하자. 축제 없앨 생각은 그만하고 방식을 바꾸자. 세상이 변했으니 노는 법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이놈의 코로나 사태가 한 번만 참으면 지나가는 고통이 아니란 걸 이제 우리는 안다. 내년 봄이라고 확 달라질까.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갈까. 코로나 사태는 단체 여행과 싸구려 관광으로 점철된 국내 관광 생태계를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참에 싹 뜯어고치자.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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