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후 두 번째 봄, 꽃밭은 그만 엎자

중앙일보

입력 2021.04.02 00:03

업데이트 2021.04.0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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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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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유채꽃광장. 올해도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출입을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유채꽃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꽃밭을 갈아엎지 않았다. 뉴스1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유채꽃광장. 올해도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출입을 완전히 막지는 않았다.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유채꽃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꽃밭을 갈아엎지 않았다. 뉴스1

꽃이 피었다. 그렇다고 봄이 온 건 아니었다. 농부가 꽃밭을 갈아엎었고, 공무원이 꽃밭에서 주민을 쫓아냈다. 모두가 집에 틀어박혀 꽃이 지기만 기다렸다. 그렇게 2020년의 봄이 지나갔다.

다시 꽃이 피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두 번째 봄이 시작되었다. 올해도 축제는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달라지지 않은 건 아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작년 이맘때 농부들이 유채꽃밭을 엎었던 현장이다. 축구장 10개가 들어간다는 이 초원에 하루 최대 1만 명이 몰린다고 꽃밭을 없앴었다. 올해는 드라이브 스루 형식으로 꽃밭을 개방하고, 온라인 중계도 한다.

국내 최대 봄꽃 축제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작년에는 축제 취소로도 안심이 안 돼 시청 공무원이 조를 짜 경계 근무를 섰다. 올해도 군항제는 열리지 않는다. 대신 작년처럼 출입을 막지는 않는다. 발열 검사와 거리두기를 강화한다.

주민 우려와 반발을 전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애먼 꽃밭을 갈아엎는 것보단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꽃 피는 자연이 불안하다면, 지구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 작년 거의 모든 공공 휴양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국립공원은 개방 원칙을 고수했다. 국립공원마저 폐쇄되면 국민이 갈 곳은 없다고 국립공원공단은 판단했다.

폐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건, 지난 1년의 경험이 증명한다. 방역수칙을 얼마나 엄격히 준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의미 있는 사례가 있다. 제주올레 걷기축제. 원래는 사흘간 열리던 축제를 작년에 23일간 열었다. 하루에 한 코스씩 수천 명이 함께 걷던 방식을 23개 코스에서 15명이 한 코스씩 23일간 걷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힘입어 제주올레는 아예 ‘한 달 걷기’ 여행상품을 기획했다. 올가을 걷기축제도 작년처럼 진행할 계획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특급 호텔과 고급 리조트가 때아닌 호황을 누린 배경엔 예약제와 회원제가 있다. 제한된 소수의 인원만 이용한다는 조건은 코로나 시대 방역지침의 다른 말이었다. 예약 시스템을 축제에 적용한 사례가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다. 4월 5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올해 여의도 봄꽃축제는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3500여 명만 입장이 가능하다. 하루 정원은 총 504명이다.

관광 당국에 제안한다. 생각을 달리하자. 축제 없을 생각은 그만하고 축제 방식을 바꾸자. 세상이 변했으니 노는 법도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코로나 사태는 외려 단체 여행과 싸구려 관광으로 점철된 국내 관광 생태계를 개혁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참에 뜯어고치자.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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