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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여행 자제 말하고선 여행 막은 적 없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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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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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가 길거리로 나왔다. 정부의 지원책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여행사 단체 대표들이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하는 장면. 뉴스1

여행업계가 길거리로 나왔다. 정부의 지원책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여행사 단체 대표들이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하는 장면. 뉴스1

“행정명령서? 그 종이쪽지 한장 없다고 정부가 여행을 금지한 적이 없단다. 방역당국이 날마다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했던 건 뭐냐? ‘자가격리 2주일’에 ‘5인 이상 집합금지’도 여행업계엔 사실상 영업 제한 조치였다. 다른 업종은 1년에 며칠이라도 열었지만, 여행업은 1년 내내 영업을 못 했다.”

3일 ㈔한국여행업협회(KATA) 오창희(58·세방여행사 대표) 회장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KATA는 1000여 개 여행사가 가입한 국내 최대 여행업계 단체다. 이 단체가 연일 시위를 하고 있다. 청와대 앞에서도 했고, 민주당사 앞에서도 했다. 4일엔 국회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여행사들이 길거리로 나선 건,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 때문이다. 2일 정부가 발표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에서도 여행업은 영업 제한 업종에서 빠졌다. 정부는 집합금지(연장), 집합금지(완화), 집합제한, 일반(경영위기), 일반(단순감소) 등 5단계로 피해 업종을 구분했는데, 여행업은 밑에서 두 번째인 일반(경영위기) 업종에 포함됐다. 영업 제한 조치가 없었으나 매출 20% 이상 감소에 해당하는 경우다.

바로 이 대목에서 여행업계가 뿔났다. 여행업은 정부가 실질적인 영업 제한 조처를 내렸고 이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으니 더 높은 단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높은 단계가 되면 뭐가 좋을까. 사실 가장 단계가 높은 집합금지(연장) 업종(500만원)과 여행업이 속한 일반(경영위기) 업종(200만원)의 지원금 차이는 300만원에 불과하다. 여행업계는 집합제한 업종(300만원)에라도 지정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나 여행업계나 내심 지켜보는 건 손실보상법이다. 지난달 여당이 발의한 손실보상법은 정부의 영업 제한 조치로 매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매출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보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업 제한 업종에 포함되지 못하면,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도 희박해진다. 손실보상금은 몇백만원 단위를 넘어선다. 총매출의 몇십% 수준에서 정해진다.

문체부도 여행업계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최보근 관광정책국장은 “여행업계 요구가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기재부 논리가 너무 타이트하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행업계 의견이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안은 18일께 국회에서 의결된다. 여행업계가 국회 앞에서 릴레이 시위를 시작한 배경이다. 이제 황희 문체부 장관이 나서야 할 차례인 듯싶다. 현역 국회의원 장관도 국회를 설득하지 못하면 여행업계는 정말 기댈 데가 없다.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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