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양수에 젖은 아기 사진 나왔다…"이래도 바꿔치기냐"

중앙일보

입력

또 한장의 아기 사진 단독 입수…사라진 아이? 

경북 구미 3세 사망사건에서 B씨(22)가 2018년 3월 분만실에서 낳은 딸. [사진 독자]

경북 구미 3세 사망사건에서 B씨(22)가 2018년 3월 분만실에서 낳은 딸. [사진 독자]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이른바 ‘3세 여아 사망’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날로 가열되는 모양새다. 경찰에 이어 검찰도 유전자(DNA) 검사 결과 A씨(48)를 친모로 지목한 가운데 ‘아이 바꿔치기’를 부정하는 사진이 추가로 등장해서다.

경찰 "아이 바꿔치기"…친모 측 "아니다" 공방

중앙일보는 31일 A씨의 딸인 B씨(22)가 출산 직후 분만실에서 찍은 아이 사진을 단독 입수했다. 2018년 3월 30일 낮 12시56분 구미시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찍은 사진은 경찰 수사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경찰은 A씨가 딸 B씨가 낳은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산부인과에서 바꿔치기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날 중앙일보가 추가로 입수한 사진에서 아기는 울고 있으며, 수술보에 싸인채 간호사에게 안겨 있다. A씨 가족은 이 사진에 대해 묻자 “(사진 속 아이는) 딸 B씨가 낳고 키운 아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이 바꿔치기가 산부인과에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도 했다.

A씨의 가족은 사진이 찍힌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B씨 전 남편이) 아기를 낳자마자 촬영해 보여줬던 사진 같다”며 “그동안 아기가 커가면서 B씨가 찍은 사진들과 비교하면 눈·코·입 등 생김새가 모두 비슷하다”고 했다. 출산 직후 촬영된 아이의 얼굴과 약 일주일 뒤 찍은 사진 속 아이의 얼굴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 또한 “이 사진이 출산 직후 촬영된 사진이 맞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아기의 머리카락이 양수로 젖어 있고, 울고 있는 모습에다 녹색 수술보에 싸여있는 걸 보니 갓 태어난 아기가 맞다”며 “아기가 나온 직후 수술 장갑을 낀 간호사가 가족에게 아기를 보여주며 기념하는 전형적인 사진 같다”라고 했다.

사망한 구미 3세 여아의 신생아때 사진. 노란색 표시돼 있는 부분이 신생아 발찌(인식표)다. [사진 구미 3세 여아 가족]

사망한 구미 3세 여아의 신생아때 사진. 노란색 표시돼 있는 부분이 신생아 발찌(인식표)다. [사진 구미 3세 여아 가족]

이런 가족들의 증언이 맞다면 사진 속 아기는 B씨가 낳고 키우다가 방치돼 숨진 아이가 된다. 하지만 이는 “산부인과에서 아이 바꿔치기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본 경찰 수사와는 배치된다. 경찰은 B씨가 낳은 아이는 A씨에 의해 바꿔치기돼 어디론가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구미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3세 여아는 DNA 검사 결과 A씨의 아이로 판명돼서다.

현재 경찰은 A씨와 B씨 모두 아이를 낳았는데 한 아이는 지난해 B씨가 이사한 후 사망했고, 한 아이는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DNA 검사 결과뿐 아니라 아이가 B씨 부부 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갖고 있다는 점도 ‘아이 바꿔치기’의 유력한 단서로 꼽고 있다. 검찰 또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 의뢰해 A씨와 딸 B씨, B씨 전 남편 등에 대해 DNA 검사를 했지만, 경찰이 실시한 검사처럼 A씨가 친모로 파악됐다.

하지만 B씨가 아이를 낳은 직후부터 키워왔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사진이 나오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사진이 가족들의 기억처럼 B씨 아이가 맞다면 “산부인과에서 혈액검사 전에 아이가 바뀌었다”는 경찰 수사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다. 당초 A씨 가족들은 “경찰 말 대로면 (A씨가) 낳은 지 100일 된 아이를 딸(B씨) 아이와 바꿔치게 한 게 돼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지난 1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서 숨진 3살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지만 DNA검사 결과 친모로 밝혀진 A씨가 지난 1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에 중앙일보는 이 사진과 B씨가 출산 후 병원에 있던 7일동안 찍은 아기 사진 3장을 산부인과·소아과 전문의 4명과 함께 비교·분석했다. 사진을 본 의료진들은 공통적으로 “(사진 3장 속)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신생아의 경우 얼굴이 태어난 직후부터 조금씩 달라져 사진만으로는 같은 아이가 맞는지 확실하진 않다”면서도 “다만 눈·코·입 등을 보면 비슷하다곤 볼 수 있다”고 했다.

20년차 산부인과 의사는 아기가 바구니에 있는 사진 3장에 대해 “생후 2주일 내로 보이는 사진”이라며 “신생아 치고는 얼굴 윤곽이나 코 등이 뚜렷하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적어도 (가족들의 주장처럼) 100일 된 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사진만으론 출생시기나 동일인 여부 등을 판별하기 어렵다는 소견도 있었다. 한 소아과 전문의는 “출생 후 목욕을 하면 얼굴이 완전히 달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출생 후 목욕 사진 그리고 이후 사진을 비교해야 정확한데 이 사진들 만으론 판단이 어렵다”고 했다.

다른 소아과 전문의도 “동일인인지 판단하려면 귀 위치, 얼굴 윤곽 등이 중요해 사진만으로는 같은 아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

구미=백경서·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