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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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후한(後漢)을 건국한 광무제 유수는 중국에서 손꼽는 영웅 중 하나다. 2016년 이를 다룬 중국 드라마 ‘장가행’은 제작비 255억원이 투입돼 화제가 됐다.

한(漢)나라는 신(新)을 기점으로 전한과 후한으로 나뉜다. 신 왕조를 건국한 왕망은 전한 시대 명사였다. 명문가 출신인 그는 바른 행실과 검소함으로 존경을 받았다. 의복과 물건을 주변과 나누고 명사들과 교유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를 배경으로 황제의 장인이 된 그는 제위를 찬탈했다.

황제에 오른 그는 대지주를 성토하며 일정 이상의 토지는 농민에게 나눠주게 했고, 사사로운 토지 거래는 금지했다. 또 화폐 개혁을 단행하고 술·소금 등에 높은 세금을 매기게 했다. 그가 만든 민생안정책이었다. 그러나 물가가 폭등해 사회 혼란이 야기됐고, 결국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유수도 이때 거병했다.

역지사지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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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이반은 사나웠다. 반란군이 순식간에 낙양을 점령하고 수도 장안으로 진격하자 왕망은 당황했다. 그때 대사마 최발이 울음으로써 하늘에 구원을 청하자고 제안했다. 왕망은 이를 따라 문무대신들과 아침저녁으로 통곡했는데 특별히 구슬프게 잘 우는 자는 낭관으로 임명했다. 통곡은 효험이 없었고 신나라는 16년만에 멸망했다.

왕망은 천명을 받들어 수명이 다한 한나라를 무너뜨렸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실정은 한나라를 재건했다. 왕망에 대한 중국 역사학자 이중톈의 평가다. “탁상공론만 하며 결정은 하지 못했고 민생, 소송, 관리의 품행 등 급선무는 나 몰라라 했으니 실패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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