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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신료 여론전에 3억 쏟는 KBS…6월 이사회 통과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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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연합뉴스

KBS가 수신료 인상 여론전을 위해 3억원에 가까운 돈을 쓸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수신료 인상에 호의적인 여론을 만들고 6월에 수신료 인상안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과 본지가 29일 입수한 ‘KBS 수신료 인상 공론화소위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KBS는 지난 10일 외부 여론조사업체로부터 KBS 수신료 인상 공론화를 위한 4가지 선택지를 제안받았다. 공론화위 참여자에 1일 사례비로 15만원을 지급하는 걸 전제로 표본 인원을 ▶200명(비용 2억9000만원) ▶300명(3억6000만원) ▶400명(4억4000만원) ▶500명(5억3000만원)으로 하는 방안이었다.

KBS 이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24일 수신료 인상 공론화위원회 구성 방안을 확정했다. 약 200명의 국민 참여자로 구성되는 공론화위를 만들어 5월 8~9일 이틀 동안 온라인 숙의토론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적정 수신료 인상폭을 논의하고, 이에 따르는 KBS의 공적 책무와 자구 노력에 관한 의견도 수렴하겠다는 목적이다.

1인 하루 사례비 15만원…200명 조사, 2억9000만원

5월 8~9일 공론화위 숙의 이전인 4월 중에 ▶국민 여론조사 ▶전문가 의견조사 ▶공청회 ▶TV 토론회 ▶세미나를 실시한 뒤 여론수렴 결과를 자료화하고 이를 공론화 숙의 때 자료집으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공론조사는 여론조사와 달리 참여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 뒤 충분한 시간의 토론 등을 거쳐서 결론을 내는 여론 수렴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7월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에서 다뤘던 게 그 예다.

KBS 입장에선 단편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만으로는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여론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방만 경영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 KBS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억원의 돈을 쓴다는 데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내부 자료에 ‘이사회 의결’ 6월 명시

KBS는 공론화 작업 등을 바탕으로 6월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을 의결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내부 자료에서 ‘이사회 의결’을 6월로 명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KBS는 이사회 의결에 앞서 5월말과 6월초 사이에 ‘조정안 수정’도 계획하고 있다.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 1월 27일 현재 2500원인 수신료를 3840원으로 53.6% 올리는 인상안을 기습 상정한 바 있는데, 이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미 상정한 3840원보다 인상안을 약간 내려서 이사회에서 통과시켜서 ‘KBS도 국민 부담을 감안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얻으려는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대출 의원은 “수신료 인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무리하게 시도하는 ‘셀프 공론화’로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 호주머니 털어 KBS 배 불리려는 ‘억지 여론몰이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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