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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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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서울시장은 소통령(小統領)이라 불린다. 수도 서울을 이끄는 만큼 서울시장의 정치적 중량감은 대통령 다음이다.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서울시장은 대선 주자로 분류된다. 권한도 막강하다. 서울시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 유일한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다. 최고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국무회의 규정 제8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 중 국무회의 배석자는 서울시장이 유일하다.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던 건 10월 유신 직후인 1972년 연말부터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서울시장은 국방을 빼고 모든 행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두 명의 대통령과 두 명의 국무총리가 서울시장 출신이다. 각각 2대와 32대 서울시장을 지낸 윤보선과 이명박은 시장직을 마치고 대통령에 올랐다. 8대 시장 허정과 22대 시장 고건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관선과 민선 시장을 동시에 지낸 이는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 고건이 유일하다.

역대 서울시장은 한국 현대사와 나란히 한다. 첫 민선 시장은 11대 김상돈이다. 카이저수염으로 유명했던 김 시장은 1960년 12월 임기를 시작했는데 61년 5·16으로 장면 내각과 동반 퇴진해야 했다. 30대 시장 조순이 첫 민선 서울시장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첫 민선 시장으로 적는 게 맞다. 12대 윤태일 시장은 현역 육군 소장으로 군복을 입고 시장 업무를 봐 군복 시장으로 불렸다. 14대 김현옥 시장은 불도저 시장으로 불렸다. 김 시장은 발령을 받은 직후 “광화문에 지하도를 뚫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역대 최단 재임 서울시장은 26대 시장인 김상철이다. 김 시장은 그린벨트 내 자택의 토지 무단 형질변경으로 물의를 빚고 일주일 만에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임명된 28대 우명규 시장은 기술부시장 재임 당시의 성수대교 보수관리 책임 문제로 11일 만에 사퇴했다.

1년 2개월 임기의 서울시장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초반부터 네거티브 정치 공세만 난무한다. 공약(公約)은 없고 공약(空約)만 보인다. 재개발·재건축 허용을 통한 주택공급 공약은 새로운 서울시장 혼자서 지킬 수 있는 공약은 아닐 거다. 소통령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

강기헌 산업1팀 기자